분류 전체보기2413 거미줄 위의 꽃잎, 그리고 노라 거미줄 위의 꽃잎, 그리고 노라* 진란 빗방울을 세면서 "꼼짝"함과 답답함을 견디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날아와 심심하게 바라보던 꽃잎 유리성에 갇힌 나를 위하여 동무해주었느니 내 삶이 버티기 힘들만큼 멍청할 즈음 너처럼 팔랑거리며 날아와주는 동무가 있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그때, 거미.. 2011. 10. 2. 기억을 걷는 시간 기억을 걷는 시간 진란 경복궁 서편 담장 근처의 은행나무들은 몽땅, 이브 몽땅의 가을이다 둥근 뜨락의 우람한 노목은 언제쯤 황금 동전을 짤랑거릴지, 은행나무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느리고 지루하게 즐기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은행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오후 3시는 그리도 단풍을 희롱했.. 2011. 10. 2.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때 진란 숨을 쉬고 있으나 산 것이 아니었다 움직이고 있으나 살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 뱃속 깊은 곳에 잉걸불이 남아 잔뼈마저 허연 재가 되도록 태워버리고 훌훌 가볍게 흩날리는 먼지 같던, 몸엣것이 몸에 없다고 나를 지우던 바스라진 쑥부쟁이 강물에 잠기고 불노을든 구.. 2011. 10. 2. 가을, 누가 지나갔다 가을, 누가 지나갔다 진란 숲을 열고 들어간다 숲을 밀고 걸어간다 숲을 흔들며 서있는 바람 숲의 가슴에는 온전히 숨이다 숲을 가득 들이쉬니 나뭇잎의 숨이 향긋하다 익숙한 냄새, 킁킁거리며 한참 누구였을까 생각하였다 그대 품에서 나던 나뭇잎 냄새가 금세도 이 숲에 스며들었었구나 개똥지빠.. 2011. 10. 2.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60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