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누가 지나갔다
진란
숲을 열고 들어간다
숲을 밀고 걸어간다
숲을 흔들며 서있는 바람
숲의 가슴에는 온전히 숨이다
숲을 가득 들이쉬니 나뭇잎의 숨이 향긋하다
익숙한 냄새, 킁킁거리며 한참 누구였을까 생각하였다
그대 품에서 나던 나뭇잎 냄새가 금세도
이 숲에 스며들었었구나
개똥지빠귀 한 마리 찌이익 울며
숲 위로 하늘을 물고 날아갔다
어떤 손이 저리도 뜨겁게 흔드는지
숲이 메어 출렁, 목울대를 밀고 들어섰다
거미줄을 가르며, 누군가 지나갔다
붉은 것들이 함성을 지르며 화르륵 번졌다
숲을 밀고 누군가, 누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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