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위의 꽃잎, 그리고 노라*
진란
빗방울을 세면서 "꼼짝"함과
답답함을 견디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날아와 심심하게 바라보던 꽃잎
유리성에 갇힌 나를 위하여 동무해주었느니
내 삶이 버티기 힘들만큼 멍청할 즈음 너처럼
팔랑거리며 날아와주는 동무가 있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그때,
거미줄을 더 농밀하게 짤 것
뫼비우스에 걸려있을, 그 때에 팽팽한 바람의 힘으로
몸을 걸고 시계추처럼 흔들려도 볼 것
그러다가 고무공처럼 우주 먼 곳으로 튀어나가 볼 것
낯선 경계를 넘어서는 두려움 같은 것은
터질 듯한 그리움으로 견딜 것
어쩌다 해후하여 밖에서 내게로 다가올 수 없는 너랑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나랑
남몰래 이런 사랑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유희였던 그 한 때의 농담처럼
생생한 적막 한 채 자으며 햇살 환하게 산란하는,
꽃잎 식탁에 나를 위하여 밥짓는 아침
*헨릭 입센의 작품『인형의 집』주인공,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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