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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란 작품론-박성현"혼신을 다해 뜨거워지는 화엄의 한가운데" 2024년 미네르바 봄호 진란 시인 작품론 혼신을 다해 뜨거워지는 화엄의 한가운데 박성현 온기 없는 골목에서, 혼자 시 쓰기는, 문장의 지문에 해당하는 ‘문채’(文彩)를 빚는 과정이다. 시인의 독특한 개성은 물론이고, 그가 지향하는 이념과 의지, 예술적 가치관 등 시를 향한 모든 행동과 열정이 포함된다. 그만큼 창작에는, 지문 없는 손가락이 불가능한 것처럼, 이 문채를 벗어나서는 손톱만 한 이야기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산책 가운데 우연히 접어든 ‘골목’이,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물의 즉물-형상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시인은 “사람꽃 져버린 자리, / 온기 없는 골목이 슬그머니 미끄러진다”(진란, 「골목」)라는 표현을 이끌어내고, 이로써 그의 문채는 시인의 모든 감각을 중첩하면서 그가.. 2024. 3. 16.
다음 뮤직 어쩔거냥? 오랫만에 집에 찾아 들었는데 내 다음 뮤직 800여곡 가까이 되는 것들이 사라지고 음악이 없는 다음... 너무 삭막하네 도둑을 맞은 듯 처량한 마음으로 하루를 멍 때리고 있네 어쩌나 이 음악들을 그리워서... 돈을 내고 샀으니 무슨 방책이라도 세워주지 않았나 싶었는데 전혀 없네 내가 이.. 2017. 5. 31.
봄눈이 가렵다 -진 란 봄눈이 가렵다 진란 그대라는 꽃잎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어색하던 첫 만남처럼 쑥스러운, 무성한 그대의 안부가 훌훌 날아온다 뭉텅뭉텅 어디에 숨겨두었던 말인지 손을 내밀면 금새 눈물로 글썽이는 솜눈이 하염없을 것처럼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닿자마자 사라지면서도 무.. 2016. 12. 14.
[진란]바람이 꽃잠을 자고 간 사이 외 바람이 꽃잠을 자고 간 사이 진란 몽개몽개 눈부신 꽃구름 겹쳐 입고요 물비늘 흔들리는 강물의 서쪽, 매향의 허리춤에 숫바람 뜨거운 눈길 쏠리던 참이에요, 꽃불이 났는가 봐요 섬진강 은빛 모래에 새긴 이름 그립다 부르고, 부르다가 노곤한 햇살에 몸을 기대 졸고 있던 숫바람의 입술.. 201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