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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72

천연 기념물 265호 천연 기념물 265호 진란 아주아주 검푸른 눈동자에 위엄한 닭으로 양육되는 귀족을 보았어요 검붉은 왕관을 벼린 듯 곧추 선, 혈통의 면면함이 윤이 나는 깃털로 날아오를 듯 기개가 있었지요 세대를 넘어 그 세대의 세대를 넘어서 모든 흠과 죄를 중재하듯 고결한 정복을 입은 성직자가 주인의 어깨에.. 2011. 10. 2.
불면, 그 가벼움 불면, 그 가벼움 진란 나는 잠기고 잠은 자꾸만 달아나고 초승달은 점점 명료해지는 시월의 마지막 밤 즈음 더욱 가난해지는 내 영혼의 샘, 가뭄이다 불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가벼움으로 나도 마른 꽃처럼 바스락거렸다 2011. 10. 2.
시는 아름답다고? 시는 아름답다고? 진란 꽃을 꽃답게 쓰면 이미 꽃이 아니라고 나비를 나비답게 쓰면 이미 나비는 죽은 것이라고 투미한 잔소리들이 성가시게 몰려들었다 꽃에게 물었다 어떻게 피는가 나비에게 물었다 어떻게 나는가 그들은 내게 물었다 넌 왜 사는가 우멍거지의 귀가 부끄러웠다 심장에 알러지가 꼼.. 2011. 10. 2.
당신이 돌아오는 저녁 당신이 돌아오는 저녁 진란 일상의 긴 그림자 지쳐 산모롱이 돌아오고 있을 노을에 기대어 하염없는 마음, 당신 아내는 어머니고 어머니는 아내였던 그 때 바람은 당신을 업어 어디를 서성이고 있었을 해름참 뜬 구름에 얹혀 있기도 하였을, 저런 남자가 없었을 익명의 시간이었을지도 그런 쓸쓸함을 .. 2011.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