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아름답다고?
진란
꽃을 꽃답게 쓰면 이미 꽃이 아니라고
나비를 나비답게 쓰면 이미 나비는 죽은 것이라고
투미한 잔소리들이 성가시게 몰려들었다
꽃에게 물었다 어떻게 피는가
나비에게 물었다 어떻게 나는가
그들은 내게 물었다 넌 왜 사는가
우멍거지의 귀가 부끄러웠다
심장에 알러지가 꼼지락거렸다 붉고 더 붉게
봄이야 소리 내어 부르면 가려웠다, 몹시
한 권의 꽃들이
한 권의 나비들이
한 권의 빗물이
그리고 또 한 권의 바람이 휘잉
접힌 돌확 속으로 말려들어 갔다
사월 내내 잎새들이 가지를 흔들어댔다
꽃샘이 뿌리에 담금질을 해대었다
이름의 무게를 재며 사내들은 시를 부렸고
그 앞에서 여자들은 화들짝 번들거렸다
꽃잔치에 멀미를 일으키며 달아나는 임대버스에게
술에 취한 나비들이 시덥잖게 물었다
저 길이 뒤집어지는 이유를 아세요?
저 길 위의 시가 아름답다구요?
'혼자 노는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연 기념물 265호 (0) | 2011.10.02 |
---|---|
불면, 그 가벼움 (0) | 2011.10.02 |
당신이 돌아오는 저녁 (0) | 2011.10.02 |
5월 (0) | 2011.10.02 |
그 여자가 있는 풍경 (0) | 2011.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