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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천연 기념물 265호

by 진 란 2011. 10. 2.

천연 기념물 265호

 

진란

 

 

 

아주아주 검푸른 눈동자에

위엄한 닭으로 양육되는 귀족을 보았어요

검붉은 왕관을 벼린 듯 곧추 선,

혈통의 면면함이 윤이 나는 깃털로

날아오를 듯 기개가 있었지요

세대를 넘어 그 세대의 세대를 넘어서

모든 흠과 죄를 중재하듯 고결한 정복을 입은

성직자가 주인의 어깨에 올라 야성을 드러내며

목청을 높였어요 낯선 이를 철저히 경계하는

적당한 경계에 울타리를 두른 보호구역에 살면서요

털이 검든 희든 피부가 검어야 하고

검은 뼈를 가져야 한다는 혈통 보증서를 가졌어요

그들의 새끼의 새끼들도 털이 검든 희든

정순한 오골계로 태어나고 태어나지는

순정품으로 걸러지고 화석이 되어가는 새

소유주의 이름으로 천연기념물이 되고

인증을 받은, 이 세대의 살아 있는

진정한 귀족의 표본이에요

이 시대의 귀한 명품 시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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