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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72

11월은 11월은 진란 나목이 되어 은빛으로 몸을 닦으며 시린 들판에 그리움이라고 써도 좋으리 살얼음처럼 오싹한 하늘에 서로 이마를 기대고 서서 조용히 감은 눈 속에 긴 별밤을 꿈꾸어도 좋으리 봄이 되는 꿈, 눈 속에 넣어둔 푸른 희망, 겨우내 바람 치대는 소리에 귀를 씻으며 하이얀 적설로 몸을 둘러도 .. 2011. 10. 2.
해부학교실에서 해부학교실에서 진란 자 이제부터 살을 발라내는 거다 피부를 살살 벗겨내고 피부와 살 가운데 끼었던 체지방을 좀 떼어내야 해 뼈대는 건들면 안돼 뼈대 없는 몸이란 아무 것도 아니라서 다들 뼈대 있는 가문을 세우려고 각축을 하잖아 피부는 나를 가려주던 껍질이야 불만이 쌓일수록 그게 혈전을 .. 2011. 10. 2.
거미줄 거미줄 진란 자주 다니는 푸나무에 집을 지었지 사람들의 발길에 채여 구겨지길래 다시 허공에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여 촘촘하게 끈끈하게 얼기설기 엮었지 파닥거리는 것들, 파닥거릴수록 더욱 수렁에 빠진 함정처럼, 빠져나가려고 수단을 쓸수록 옭아지는 으뭉한 늪처럼, 몇 겹의, 몇 겁의 내 사랑 .. 2011. 10. 2.
반성 반성 -진란* 진란 장마가 길어진다고 하였다 지루하게 비가 쏟아졌다가 그쳤다 우기의 횡포이다 인사동을 걷다가 비를 피해 들어간 갤러리, 순간의 틈새, 파르르 피어난 너를 만났다. 팔의 힘을 빼고 내공을 실어 필살의 선으로 휘익 공간을 가르며 피어난 여백의 핏방울이 빈 들에서 만난 소낙비처럼 .. 2011.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