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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해부학교실에서

by 진 란 2011. 10. 2.

해부학교실에서

 

진란

 

 

 

자 이제부터 살을 발라내는 거다

피부를 살살 벗겨내고 피부와 살 가운데 끼었던

체지방을 좀 떼어내야 해

뼈대는 건들면 안돼

뼈대 없는 몸이란 아무 것도 아니라서

다들 뼈대 있는 가문을 세우려고 각축을 하잖아

피부는 나를 가려주던 껍질이야

불만이 쌓일수록 그게 혈전을 만들고

피돌기가 제 때 돌지 않아 정체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대는 거잖아

아퍼,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 알아줄까?

체지방에 눌려서 소리가 나오지 않을 거야

이제 윤기 나고 부드럽던 포장지를 벗겼지?

그럼 혈전을 가져오던 체지방을 떼어내 봐

욕망덩어리였을 불만이라는 덩어리는

살과 뼈 사이에서 떼어내 버려도 아무 이상없을거야

그리곤 피가 굳기 전에 빨리 봉합해야해

잽싸게 붙인 피부는 햇살에 빛을 내면서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 할거야

뼈대는 뭐 그대로 있을 것이니까

 

그녀의 불만이 체지방이었다고

육중해진 살덩어리는 욕망이었다고

체지방을 다 버리고 싶었다고

뼈대 있게 말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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