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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낙타

봄눈이 가렵다 -진 란

by 진 란 2016. 12. 14.

봄눈이 가렵다

 

진란

 

 

 

그대라는 꽃잎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어색하던 첫 만남처럼

쑥스러운, 무성한 그대의 안부가 훌훌 날아온다

뭉텅뭉텅 어디에 숨겨두었던 말인지

손을 내밀면 금새 눈물로 글썽이는 솜눈이

하염없을 것처럼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닿자마자 사라지면서도 무심코 던지던 말처럼

내 어깨를 툭 툭 건들고 가는구나

꽃잎같은 그대

그 날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간신히, 손 내밀어 잡지 못하던 고요를 뭉치며

주머니 속의 손난로만 만지작거렸었지

두 마리 짐승만 남아 서로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여우 구름 피어오르는 골짜기에 묻히고 싶다던

그 생각이 차갑게 뺨을 때린다

잊혔다고 접어버린 마음 위에 봄눈 흩날린다

산벚꽃 질 때처럼 글썽이는 입술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눈 시린 그대

불투명했던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가볍고

차갑고

쓸모없는 잔정처럼 무책임한 봄눈 같았다고

봄눈 날린다

-2016년 <산림문학> 봄호

 

약력

전주 출생,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편집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집 『혼자 노는 숲』

현재: (사)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https://youtu.be/VwqW_TK3gcE


 

우기수 선생님, 정은률 낭송가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qW_TK3g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