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이 가렵다
진란
그대라는 꽃잎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어색하던 첫 만남처럼
쑥스러운, 무성한 그대의 안부가 훌훌 날아온다
뭉텅뭉텅 어디에 숨겨두었던 말인지
손을 내밀면 금새 눈물로 글썽이는 솜눈이
하염없을 것처럼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
닿자마자 사라지면서도 무심코 던지던 말처럼
내 어깨를 툭 툭 건들고 가는구나
꽃잎같은 그대
그 날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간신히, 손 내밀어 잡지 못하던 고요를 뭉치며
주머니 속의 손난로만 만지작거렸었지
두 마리 짐승만 남아 서로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여우 구름 피어오르는 골짜기에 묻히고 싶다던
그 생각이 차갑게 뺨을 때린다
잊혔다고 접어버린 마음 위에 봄눈 흩날린다
산벚꽃 질 때처럼 글썽이는 입술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눈 시린 그대
불투명했던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인사는
가볍고
차갑고
쓸모없는 잔정처럼 무책임한 봄눈 같았다고
봄눈 날린다
-2016년 <산림문학> 봄호
약력
전주 출생,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편집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집 『혼자 노는 숲』
현재: (사)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우기수 선생님, 정은률 낭송가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qW_TK3g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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