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날개버섯파리과의 작은뿌리파리
진란
누가 미기록 지령을 보냈을까
오늘 알을 백 개만 까고 하루살이로
위장해서 방충망 사이로 잠입한다
썩은 낙엽 속이나 습습한 나무뿌리가 유년의 비릿한 전생,
나뭇가지와 잎새 사이에서 날개를 털고
말리는 일이 현생이라면
후생엘랑은 파리도 아닌 것이
초파리도 아닌 것이
제 죽을 줄 모르고 새카맣게 날아들어
어쩌자고 삶은 그리 가벼워져서
제 하루를 날름 해충킬러 제물로 날리다니
눈에 띄지 않게 투명벌레로 살거나
미세한 세균처럼 스미거나
우주만큼 거대해서 볼 수 없거나
몸에 기생한 암처럼 번지거나
네가 세상에 산다는 것은
둔하고 느려서 쉬 체포되어 물고기 먹이로 던져지거나
모든 비행의 중심이 돼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
싶은 게...
꽃밭에 앉아서
진 란
자고 싶어라
오래된 그 풍경을 이제는 내려놓고,
그만 쉬고 싶네
한번 잠들면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었네
무언가 자주 잊어버리는 습관이 붙는 건
더 많은 것을 잊어버리는 날도 올 것이라는
예후일 것!
나비는 꿈으로 숨고
나비는 꽃이 되는 환생의 그 환승역쯤
묘묘妙妙*는 도착하는 중인데
아직은 푸르스름한 여름 초저녁 참
참말 오늘 잠들면 가는 건가?
나, 자도 돼?
*묘묘 : 본인의 인터넷 닉네임
-《시와문화》201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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