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다로 가는 낙타

[진란]검정날개버섯파리과의 작은뿌리파리 외

by 진 란 2015. 12. 15.

 

검정날개버섯파리과의 작은뿌리파리

 

 

진란

 

 

 

누가 미기록 지령을 보냈을까

오늘 알을 백 개만 까고 하루살이로

위장해서 방충망 사이로 잠입한다

 

썩은 낙엽 속이나 습습한 나무뿌리가 유년의 비릿한 전생,

나뭇가지와 잎새 사이에서 날개를 털고

말리는 일이 현생이라면

후생엘랑은 파리도 아닌 것이

초파리도 아닌 것이

제 죽을 줄 모르고 새카맣게 날아들어

어쩌자고 삶은 그리 가벼워져서

제 하루를 날름 해충킬러 제물로 날리다니

 

눈에 띄지 않게 투명벌레로 살거나

미세한 세균처럼 스미거나

우주만큼 거대해서 볼 수 없거나

몸에 기생한 암처럼 번지거나

네가 세상에 산다는 것은

둔하고 느려서 쉬 체포되어 물고기 먹이로 던져지거나

모든 비행의 중심이 돼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

싶은 게...

 

 

 

 

 

 

 

꽃밭에 앉아서

 

진 란

 

 

자고 싶어라

오래된 그 풍경을 이제는 내려놓고,

그만 쉬고 싶네

한번 잠들면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었네

무언가 자주 잊어버리는 습관이 붙는 건

더 많은 것을 잊어버리는 날도 올 것이라는

예후일 것!

나비는 꿈으로 숨고

나비는 꽃이 되는 환생의 그 환승역쯤

묘묘妙妙*는 도착하는 중인데

아직은 푸르스름한 여름 초저녁 참

참말 오늘 잠들면 가는 건가?

, 자도 돼?

 

 

*묘묘 : 본인의 인터넷 닉네임

-《시와문화》201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