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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낙타

[진란]어떤 삼천갑자 동박삭

by 진 란 2015. 12. 15.

 

어떤 삼천갑자 동박삭

 

 

진란

 

 

 

 

      텅 빈 햇살 속을 떠도는 바람이네 빠르게 모양을 바꾸던 구름이네 바람을 타고 빠르게 건너가고 변하는 우리, 한 사나흘이 삼천만 년쯤 된다 해도 그대에게로 갈 수 있다면 흔적 없는 바람처럼 거기 떠돌고 싶어 빗방울 후둣거리는 아침을 달려가 수동리 팽나무 넉넉한 품에 400년쯤 머물다가 선운사 붉은 꽃그늘로 스며 들어간 쪽빛 비단뱀의 천년 쯤이었다가, 그대의 속살을 짭조름하게 쪽 쪽 빨던 첫키스처럼 간장게장의 생살로 시식남녀가 되었다가 아, 공음(空音)의 저 공활한 메밀밭 어디쯤 나()를 생 매장하고, 마침내 백수(伯獸)의 해안 365계단 아래 검은 몽돌밭, 그대 건네준 마른 눈물 같던 웃음을 파도의 먹이로 던지고 왔네

 

     아직도 내 피 살았는지 뒤퉁수 어디쯤이 팔딱거리네(완전히 죽일 수 없었나?) 울렁거리는 이 것, 무언가 싶어(뭐지?) 자꾸만 할끔거리는 뜨겁고 붉은 혓바닥이 전혀 감미롭지도 않아 온통 통증인 걸(비우지 못했어) 몸을 벗어나도 여전히 아픈 건(제길 헐) 생생한 이승이네(문득)

 

     쉬-! 뎄다
김수한무 거북이와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 치치카보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르미 허리케인에 담벼랑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남자주인공 현빈이 라임을 잊기 위해 외우는 대사

 

-웹진《시인광장》2013년 10월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