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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평·책속의한줄

[진란]사랑법

by 진 란 2012. 6. 30.

한결추천시메일-2611(진란 作 /사랑법)

 

 

 

 

 

 

사랑법 

 

진란

 

 

너를 보내고 비로소 시를 쓴다

너를 보내고 비로소 연애를 한다

가까이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

흘러보낸 너의 등 뒤로 시간이 따라갔고

그림자에 묻힌 나는 속절없는 계절로 흘렀다

옆에 있을 때에는 뜨거움으로 질투 하고

안보이면 그것으로 아우성을 했는데

이제 이만큼 흘러와보니 알겠다

외로움을 견디는 일, 그것처럼

잘 자라는 일은 없다는 걸

홀로서기는 오롯이 잘 지나는 일

잘 흘러가는 일 

 

 

진란 시집 『 혼자노는 숲 』,《나무 아래서 》에서

 

 

사랑이라는 게 무궁하기 때문에 그 무궁함을 말한다는 것이 때로는 어리석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그 사랑의 껍질을 벗기면 내 몸을 훌훌 벗고 떠나야 하는 영혼의 길도 보이고, 내 발바닦을 툭툭 치는 삶의 고행이 숨어 있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품어낼 수 없다면, 그냥 그 품에서 있으면 되는 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증발하여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가뭄 끝의 저수지 바닦같은 사람이라도 평생 한 번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찾는지도 모른다. 진란 시인은 그 사랑법이 "너를 보내고" 시를 쓰며, 연애를 하며, 등뒤로 흘러간 시간을 보며 알았다고 한다. 나무들이 세월이 지나 밑둥의 크기가 자라듯 사람도 시간이 지나 그 시간의 둘레에서 자란 마음기둥을 보며 사랑했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미천하기 때문에, 부족하기 때문에 사랑을 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중력에 길들여진 사람 삶처럼 내 마음속에 저항의 움직임을 모른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오롯이 사랑하는 것, 그 사랑에 평생 마음을 주는 일, 잘 자나가고, 잘 흘러가는 강물 소리와 같기 때문이다. 그 사랑법이 우리들 마음의 삶이라는 강물이 흐르기 때문에 조용한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무한하지 못한 시간을 살아야 하는 생이기에 사랑법은 그 시간을 어떻게 내 몸에 흘러가게 하느냐에 따라 무궁하기도 하고, 한 방울 물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임영석시인)

 

 

 

시메일냉동창고3000

2012/06/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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