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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평·책속의한줄

[진란]그 여자가 있는 풍경

by 진 란 2012. 6. 30.

한결추천시메일-2558(진란 作 /그 여자가 있는 풍경)

 

 

 

 

 

그 여자가 있는 풍경 

 

진란

 

 

여러 해 묵은 가지의 틈을

헤집는 돌개바람

탄력을 잃은 목선의 주름진 고랑 사이

밤새 웅웅거리던 귀울음 앉은 딱지에서

하나씩 비집고 나오는 매화 꽃잎들

눈雪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저렇게 핀다는 것은 독한 짓이다

생살을 찢는 일이 그만 있었겠는가

폭설의 냉골에서도

남보다 먼저 치맛자락을 펼쳤길래

철없는 햇살에 자궁을 열고

검푸른 마음 한 켠에 열매를 가지는 것이다

 

햇살 한 줌 부둥켜안고 하얗게 부풀어 오르고 있을

그 여자, 꽃구름 같은

 

 

 

-진란 시집 『혼자노는  숲 』,《나무 아래서 》에서 

 

 

봄이 온다는 게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온갖 시름을 함께 동반한다. 애궂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러한 시련을 함께 갖고 와야 견딜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기에 어쩌겠나 싶다. 망설임이 길다. 진란 시인의 「그 여자가 있는 풍경 」은 봄을 여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여인이라면 여인이다. 제 마음 활짝 내비치는 일이 여인의 마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매화 꽃잎 벌어지는 그 순간이 아름다워도, 그 아름다움 뒤에 있던 매서운 바람의 몹쓸짓? 아마 그 몹쓸짓이 매화를 더 아름답게 단장시키는 기다림일 것이다. 쉽게 피는 꽃은 없다. 마음 웅크리지 않은 사랑은 없다. 서로 줄다기기 하며 마음ㅁ 줄듯, 가고, 갈듯 하면서 오는 게 사랑 아닌가. 봄날 청명한 하늘의 구름, 높은 산을 넘고 세상을 떠도는 것 같아도 세상 시름에 젖은 꿈을 갖고 떠돌고 있다. 그 여자, 그 꽃구름에 그냥 빠져들지 않듯이, (임영석시인)

 

 

시메일냉동창고3000

2012/04/05 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