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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평·책속의한줄

[스크랩] Re:제73회 시몰이- 진란 시인의 `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를 마치고

by 진 란 2011. 11. 3.

 

늘 공부시간에 지각을 해왔기에

이번 만큼은 먼저 나가서 준비하고 있겠다는 각오로 조금 일찍 나갔으나

역시 먼저 자리를 하고 계시는 시몰이꾼들....

지대방 사장님과 사모님이 우리 공부방을 이렇게 편하게 꾸며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담소로 시작을....

아 남자분들은 아직 저밖에는

시몰이가 앞으로 조금 더 젊어졌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남자 분들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좌로부터 나무그늘,류빈,묘묘,행운,꽃사랑,전향,어리연,스텔라 

이제 오늘 시몰이 공부 준비가 다 된 거 같습니다.

지대방 사장님께서 단체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시리우스님이 조금 늦으신 바람에 사진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미처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행운 선생님께서 전화로 확인을 하시고 케익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촛불 다섯개의 의미는  앞으로 시집 5권 이상은 더 내셔야 한다는 바램입니다.

 실내의 야간은 조명이 훌륭하지 못해 셔터 속도가 늦어

화면이 흔들리는 바람에 꺼진 촛불에 다시 설정만 해서 폼을 잡아봤습니다.

아직 촛불연기가 남아 설정이 티 나지 않네요.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가차이 된 거 같습니다.

오늘 시몰이는 이 가을을 더 진하고 독하게 들이킨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매달린 저 낙엽들처럼 '혼자 남은 숲' 으로부터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 2일 제73회 시몰이 후기

 - 서울 인사동 전통찻집 '지대방'

 - 진란 시인의 '혼자 노는 숲/ 나무 아래서'

 - 참석자/ 스텔라, 어리연, 꽃사랑, 전향, 류빈, 행운, 나무그늘, 시리우스, 그리고 주인공인 진란

 

*어리연 님/ 89쪽 '길 위에서 길을 묻다' 낭송

  - 풀숲 냄새가 난다. 단순히 시 한 편에서 흘려진 냄새가 아닌 시집 전반에 품어진 향기이기도 하다.

 

*전향 님/ 40쪽 '혼자 노는 숲' 낭송

 - 오늘 시인이 혼자 노는 숲을 다녀왔다. 시에 나오는 지명인 금천길도 걸어보며 시인이 바로 이 길을 건너며 그간 아프고 쓸쓸하게 했던 일들을 건넜겠구나! 라고 느꼈다. '내가 없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들' 오늘 그 길을 걸어보며 마지막 행의 '고맙다'에 공감한다.

 

*스텔라 님/ 41쪽 '함께 있고 싶은 것들' 낭송

 - 이어붙인 텍스트 속에 잘 섞여있는 감성과 충분한 여백의 그림이 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오랜 타국생활을 하는 나에겐 더 각별하게 이 시편이 읽힌다.  사실은 '혼자 노는 숲'을 낭송하고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전향님에게 뺏겼다.  * 시몰이 꾼들 / 40쪽의 '혼자 노는 숲'과 41쪽의'함께 있고 싶은 것들이 바로 이 시집 전반에 걸쳐 있고,  그런 부대낌이 바로 어리연님께서 말씀하신 풀숲의 냄새를 피워올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혼자 놀며 빠져나오고 싶었던, 그러나 함께 있고 싶은 것들 말입니다.

 

* 꽃사랑 님 / 44쪽 '구절초 한 잔의 당신'  95쪽 '만추' 낭송

 - 그냥 아무 말이 필요없는 좋은 시 편이다.  '내 옆에 항상 있어주었으면', '나만 보아주었으면'  구구절절 애닳아지는 그런 당신, 여자로써 크게 공감이 가는 서정이며, 문득 잊고 있던 꽃잎을 기억해낸 오래 눌려있던 향기에 취할 거 같다. '만추'를 읽으면서 그동안 알고있는 진란 시인의 직설적이던 품성이 이제는 더 많이 용서하고 배려할 수 있는 지경에 도달해 있는 느낌이다. 

 

* 나무그늘 님 / 26쪽 '산토끼똥의 철학적 고찰-산토끼가 똥을 누고 산 뒤로 뛰어간 후 산토끼똥은 철학자가 되다' 낭송

 -  이 시편을 읽으면 겨울날 따듯한 햇볕이 드리워진 담장 밑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혼자 오롯이 남아 나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에 관한 깊은 성찰에 들도록 해주고 있다.   * 스텔라님/ 송찬호 시인의 시 "산토끼 똥"의 띄워쓰기가 진란 시인의 시편에는 '산토끼똥' 이라고 붙여쓴 이유는 바로 산토끼의 고찰이 아닌 산토끼똥의 고찰이기 때문이다. 산토끼 똥은 다른 짐승의 똥보다 귀엽다.

 

* 행운 님 / 34쪽 ' 겨울 나비' 낭송

 - 전체적으로 서정시편들로 채워져 있으면서 바로 이런 '겨울 나비' 같은 철학적이니 시편들도 곳곳에서 만나는 좋은 시를 읽게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고독하면 시각이 아닌 후각과 청각 등이 발달을 시키는 것 같다. 바로 앞에 나무그늘 님께서 읽어주신 '산토끼똥의 철학적 고찰' 과 같이 나비와 고양이 , 고양이와 나비 가 겹쳐지며 존재에 관한 고찰들이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 시몰이꾼 / 이 시편을 읽으면 거꾸로 시인이 보이는 거 같다. 겨울엔 조용히 모습을 감추고 이어올 봄과 여름과 가을을 기대하는 그런 시인이 보이는 거 같다. 모든 작품은 시인의 모습으로부터 읽히는 게 맞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 시리우스 님 / 87쪽 '새들에 대한 오해' 낭송

 - 시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환기가 무척 중요하다. 남들이 말하는 것, 남들이 아는 것을 기술하는 것 만으로는 좋은 시가 될 수 없다. 이 시편의 내용이 바로 그렇다. 보다 확장된 세계관이 보여지지 않아 아쉽다.  모두  좋다! 라고만 하시는 거 같아 전 일부러 좀 긁어드리고 싶어 괜히 한번 꼬집어 봤다.  *그러나 시에서 읽혀지는 것과 구별되어 새삼 잊고 있던 것들을 또박또박 다시 되새겨주는 것 만으로도 우리에겐 좋은 환기가 될 수 있다.

 

* 류빈 / 80쪽 '막차를 기다리며' 낭송

 - 시의 내용과 상관없이 시 제목만으로 얘기하고 싶다. 시집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일부러 그렇게 모으시진 않았겠지만, 공교롭게도 그러하며 그동안 시인의 작품들을 여러해 함께 읽어왔지만 내내 그러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막차를 기다리며 라는 텍스트가 보여주듯 시인의 모습은 늘 외로웠고 아파했다. 이제 혼자 노는 숲을 내려놓았으니 막차가 아닌 첫차를 타고 보다 명쾌해지시길 바란다. 이하 전향님이 말씀하신 금천 길을 건너오신 것이다. 오늘 이 가을을 지독하고 독하게 마시게 해준 진란 시인께 감사드린다.

 

* 행운 님 /45쪽 '가을, 누가 지나갔다' 낭송

 - 역시 이 시편에서도 '겨울 나비'에서처럼 시각보다 발달된 후각과 청각을 만난다.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이 시인을 그렇게 만들었을지 생각해본다.

 

* 진란 님 /13쪽 '불멸의 새' 낭송

 - 2001년도에 쓴 시 이다. 행운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불면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이 '꽃 피오, 꽃 피오' 로 들렸다.

 

 

 

불멸의 새가 울다

 

 

언어의 새들이

붉은 심장 속에 둥지를 틀다

관념의 깃털을 뽑아 깔고

그 위에 씨알을 품었다

 

쓸쓸한 귀를 열고

이름 없는 시인의 가슴으로 들어간 밤

어지러운 선잠에 들려올려지는 새벽,

어디선가는 푸른 환청이 들렸다

 

꽃-피-요 꽃-피-요

 

 

*

시인의 설명을 듣고 나니 "꼬끼요"  하고 우는 닭 울음 소리는 우리의 선입관 뿐이었음을 깨닫는다. 정현종 시인의 '사물의 부활' 처럼 진란 시인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과 이름을 그대로 받아적느라 불면했을 뿐이며 결국 '푸른 환청'이란 이를 깨닫지 못한 이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

 

이상 어설피 기억해낸 후기 마치고 , 74회 시몰이를  미리 안내 합니다.

 

74회 시몰이는 12월 14일(수요일)로 예정하고 있으며

주제시집은 이홍섭 시인의 '터미널/문학동네' 입니다.

장소는 역시 서울 인사동 전통찻집' 지대방'

시간은 오후 6시 30분 부터 입니다.

 

정확한 날짜가 잡히는 대로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류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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