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숲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고지고
그렇게 후다닥 지나갔다
항상 가던 그 자리를 다시 걸어가며
산목련 함박 웃는 모습을 보렸더니
그 새 지고 없어, 아차 늦었구나 아쉬운데
어디서 하얀 종소리 뎅뎅뎅 밀려온다
금천* 길 푸른 숲 사이로 때죽거리며 조랑거리는 것들
조그만 은종들이 잘랑잘랑 온 몸에 불을 켜고 흔들어댄다
순간 왁자해지는 숲, 찌르르, 찌이익, 쫑쫑거리는 새소리들
금천 물길에 부서져 반짝이는 초여름의 햇살, 고요를 섞는
바람, 나를 들여다보는 초록눈들이
환생하듯 일제히 일어서는 천년 비룡처럼
혼자 노는 숲에 혼자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숲에는 많은 것들이 혼자였다
내가 없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잇는 것들
고맙다
막차를 기다리며
그리움이란 막연한 것들의 이름이다
어떤 존재가 그 가치를 찾아내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지
숨 쉴 틈 없이 바쁜 중에도
그리운 모습, 그 표정은 중독처럼 살아나고
길을 찾는 일은 새롭게 길을 여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렵더군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은
두려움 없는 발걸음이야 그러니
그 걸음을 슬픔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저 길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경이롭구나
누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길 위에 서 있다는 그것이 좋은 것이지
이미 슬픔이라든가 우울이라든가
내 몸 안 어딘가 숨어 있다 불쑥 튀어나와
잠깐의 간지럼을 태우기도 하듯이
한없이 가라앉는 늪같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깃털같이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자주
지배당하는 것
너는 이미 가고 있는 것이다
붉은 까치밥처럼,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