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 노는 숲

가을, 꽃 가다

by 진 란 2011. 10. 2.

가을, 꽃 가다

 

진란

 

 

 

 

나무에서 가을 잎들이 훌 훌 훌 날아내린다

한 철 피었다 지는 벚꽃 화악하여

벚꽃지다*며 아쉬워하지만

가을에 지는 꽃은 하냥 향기롭다  

가을에 떨어지는 것은 다 꽃이다

나무들 진저리치면서 가슴 흔들어 남은 것은 앙상한 가지 뿐

뜨거운 심사 드러낸 적 없지만

그 건너로 너는 오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고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사라지는 것도 눈물겹구나

주리고 마르던 속내를 달래 소주병 울컥울컥 비우던 자리

애인의 전화기에서 흘러내리던 노래처럼 꽃은 떨어지고

다가갈수록 목마르던 황금빛의 저 너머,

흘러가는 일몰의 강 빛

꽃이 지는구나 꽃이 흘러가는구나 지는 것은 다 꽃이구나

이 가을 봄날은 가는구나

일렁이는 남루의 억새꽃도 흩날리누나

흩날리는 것은 다 꽃이로구나

하늘 가장자리를 슬몃 쓸어가는 마르고 바랜 그 꽃들

어디쯤일까, 나를 돌아서 가더니 가서,

어디쯤 터를 잡았을까

사람의 강에 무진장 꽃은 지고

사람들은 그렇게 가을로 갇혔는데

 

그 꽃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

 

 

 

*말로의 노래 제목 「벚꽃지다

 

 

 

'혼자 노는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포리*  (0) 2011.10.02
동백, 동백  (0) 2011.10.02
만추  (0) 2011.10.02
가을비  (0) 2011.10.02
풍경과 풍경 사이  (0) 201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