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 가다
진란
나무에서 가을 잎들이 훌 훌 훌 날아내린다
한 철 피었다 지는 벚꽃 화악하여
벚꽃지다*며 아쉬워하지만
가을에 지는 꽃은 하냥 향기롭다
가을에 떨어지는 것은 다 꽃이다
나무들 진저리치면서 가슴 흔들어 남은 것은 앙상한 가지 뿐
뜨거운 심사 드러낸 적 없지만
그 건너로 너는 오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고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사라지는 것도 눈물겹구나
주리고 마르던 속내를 달래 소주병 울컥울컥 비우던 자리
애인의 전화기에서 흘러내리던 노래처럼 꽃은 떨어지고
다가갈수록 목마르던 황금빛의 저 너머,
흘러가는 일몰의 강 빛
꽃이 지는구나 꽃이 흘러가는구나 지는 것은 다 꽃이구나
이 가을 봄날은 가는구나
일렁이는 남루의 억새꽃도 흩날리누나
흩날리는 것은 다 꽃이로구나
하늘 가장자리를 슬몃 쓸어가는 마르고 바랜 그 꽃들
어디쯤일까, 나를 돌아서 가더니 가서,
어디쯤 터를 잡았을까
사람의 강에 무진장 꽃은 지고
사람들은 그렇게 가을로 갇혔는데
그 꽃들은 죄다 어디로 갔을까
*말로의 노래 제목 「벚꽃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