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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풍경과 풍경 사이

by 진 란 2011. 10. 2.

풍경과 풍경 사이

-화성 용주사 목어

 

진란

 

 

 

 

아무도 떠나지 않은 팔 월,

감기는 눈을 고이고 나른해지는 참이다

 

-물 맑은 어느 수로에서는 왁자한 난장인데

선연하게 몸을 솟구치는 성질 급한 것들이

잡히기를 거부하는 몸짓으로 파닥거린다

어쩌면 인어였을 아니라도 그들만의 세상이었을

바다,  낚아 올리려는 치들과

잡히지 않으려는 치들의 욕망이 굽이치는데

미끼를 거절하지 못하는 치들은

수미산의 경계를 넘어서고야 만다 -

 

서슬 놀라 눈을 뜬 한바탕에서,

반 물린 미끼를 뱉어내고 미늘에게서 달아난다

 

누군가의 횟감이 되었을

단잠에 곤해  한 생을 놓치고 말 뻔한

가시와 내장을 다 게워낸 목어의 뱃살 속에서

바람도 생생하게 흔들리는 때

마른 뱃속 훑는 소리 들린다

 

득-득-득-드드드드드---

제발, 제발

얼 차려라 얼 차려라 얼 차려라

 

두 개의 채로 두드려대는 간곡한 경고

스스로 울 수 없고

한 순간도 해찰 할 수 없는

개똥밭이 저승보다 낫다는

풍경과 풍경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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