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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형상 기억

by 진 란 2011. 10. 2.

형상 기억

 

진란

 

 

 

 

  떼 지어 놀던 고추잠자리

  울타리에 앉아 졸고 있다

 

  깜빡할사이나무가자라고햇살이맴돌고미끄럼을타고내려

오는바람사뿐히시소를구르는구름삐그덕거리는녹슨그네와

낙엽에묻혀굴러다니는담장의페인트조각땅거미기어드는모

래밭에는꼬막각시의앙징맞은살림살이가어지럽고아이들의

높은웃음과울음이뛰어다니던놀이터에아이들이 없다

 

  가방을바꾸어가며학원을돌다달빛을이고돌아오는아이,웰

빙으로다져지는사각의균형으로아파트의벽은단단해지고,부

모들은공들인탑을더높이올려그들만의영역을과시하고,24시

0시에옭아매어진아이들은새로짜여진가계의족보와성별된

눈높이에맞추어성주가되는훈련을받는다,좋은줄과나쁜줄을

구별하는눈치를익히고,모국어도채익히지못한아이들의혀는

국어와더친숙하고체지방으로비대해진도시는놀이터와운

동장을헐어내고황금캐슬을쌓는다

 

  어른들의 소싯적 이야기만 남은,

  해그늘에 밥 먹어라 소리치던

  유년의 그 목소리 지금도

  뜨.거.운.데.

 

  놀이터는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은 돌아가 쉴 곳이 없다

 

  울타리에 앉아 졸던 잠자리

  붉은 노을 속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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