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 무렵
진란
가을이여 어디로 가시려는가
감국 산국 구절초 쑥부쟁이들
여기저기 흐득대며 피고 질 때
꽃향기 들여다보며 좋구나 좋구나 할 때 슬쩍
등을 보이며 잰걸음 돌담길 휘- 돌아나가면
그대 가는 기척 모를 줄 알았는지,
문설주에 기대인 마음 강으로 흘러가고
물비늘 뒤채는 소리 꿈결같이 들었을 뿐인데
단내 나는 산국 차 한 잔의 눈빛 무르익는 때
사뭇 맘 캥기는 장꽝에 흰 바람만 내린다
무시로 감잎도 당그래질 하고 싶은
참말 가시려는지 묵묵한 가을 하루
먹감나무 끝 아슬한 눈썹달 속으로
어린의 눈시린 강물만 옛길을 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