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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여행을 떠나며

by 진 란 2005. 3. 2.
여행을 떠나며..... 여행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나더군요. 그래서 희망이 떠나는 자를 앞질러가곤 합니다. 결국 모든 여행의 목적지는 떠나는 자리지요.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거든요. 또한 여행은 부족한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 유약함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자신을 포함한 타인의 배려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지요. 혼자 서야 하되 혼자서 일어설 수 없는 것을 여행은 가르쳐주더군요. 물이 흘러가는 것은 대지가 몸을 낮춘 배려의 결과지요. 산은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을 몸으로 둘러 바람을 막아주고 있지요. 아이의 웃음은 엄마의 눈길이 머물고 있음을 확인할 때에 맑지요. 평화는 누군가의 배려 위에 피는 꽃이지요. 흔들림이 삶의 모습이라면 그 흔들림을 조절하는 능력을 여행은 가르치지요. 그리고 삶은 무너지는 자신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세워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지요. 꽃이 흔들리며 피고 사람의 걸음걸이를 살펴보면 무릎이 꺾여야만 앞으로 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고 가진 것을 놓아야 새로운 것을 손에 쥘 수 있는 손의 구조에서 자연은 흔들리고 버리는 것을 가르치고 있지요. 우리는 악수를 할 때 손을 펴야합니다. 운명을 마주잡자고 내미는 것이 악수인지도 모르지요. 그 악수와 같은 것이 여행이지요. 세상과 화해하고 자신과 화해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거든요. 빈 손은 서로 자유를 사랑한다는 말을 감추고 있거든요 저는 이번에 여행을 떠납니다. 길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지요. 아내와 아들, 신명. 딸 신선. 그래서 저를 포함해 4명이 여행을 떠납니다. 혼자 떠돌며 길에서 자고 이름 모를 마을을 혼자 걷던 때가 있었습니다. 스산한 아침풍경과 혼자라는 의식에 몽롱한 젊은 날을 보내곤 했었지요. 이번엔 따뜻한 가족이라는 둥지를 느낄 수 있어 젊은 날의 황폐했던 여행과는 사뭇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살아있음이 따뜻함이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선물한 온혈을 이번 기회에 느끼려 합니다. 온혈이 사람의 마음이기를 간절히 빌면서 말입니다. 그림처럼 동유럽의 풍경에 한동안 갇혀 있을랍니다. 내일 떠나면 3월에 오거든요. -신광철 드림
출처 : 시인 신광철과 지구여행
글쓴이 : 소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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