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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낙타

[진란]싶다는 생각은 쉽다

by 진 란 2015. 12. 15.

싶다는 생각은 쉽다

 

진란

 

 

연보라 등꽃 피는 오월이면 미치도록  어디라도 가고

싶다

 

그대 저수지에 노랑창포꽃 피면 눈물나도록  어디라도 가고

싶다

 

무거운 허리 움켜쥐고 푸른 숲에 들면 순풍순풍 해산하고

싶다

 

스스로 거두지 못하는 빈터에 바람을 그만 낳고

싶다

 

겨우내 또아리튼, 비뚤어진 우울을 햇살에 훌훌 널어 보송보송 말리고도

싶다

 

오월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나를 열어주고 간다

싶다

 

가끔씩 하얗게 나를 놓고도

싶다

 

 

 

 

 

 

SNS 서정

 

진란

 

 

밤새 누군가,

누가 떠나간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또 떠나가는 곳도

다르지만 말없이, 안녕이란 말도 접은 채

가 버렸다.

주홍글씨처럼 가슴 한 켠이 저린다.

오늘은 입동, 세상의 다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세상과 제대로 겨루기 위해

발붙였던 곳을 떠나기도 했을 터.

나뭇잎이 파르르 지는 순간도

나무에게 인삿말 미처 남기지 못했겠지만

 

안다

또 다른 시작의 마지막 모습인 것을

그러므로 말없이 떠나 자기의 흔적을

버린 그 사람들의 등에 따스한 안부 한 잎,

붙인다.

그 마음 따사롭길,

춥지마시기를.

빈다

 

 -《시에》2015, 여름호

 

 

전주 출생,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현 포엠포엠) 편집동인으로 작품활동, 편집위원 편집장 역임

2015 ()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시집 『혼자 노는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