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하루
진 란
지나간 것은 하냥 그립다
한 조각 구름처럼 지나가고 흩어지고
한 줄기 바람처럼 불어오고 흩어지고
맑고 올곧은 사람이 그립다
따스한 말 한마디, 정다운 눈짓,
토닥거려주는 따스한 손바닥
모든 기억은 파문처럼 번지다가 흔적 없이 흘러가버린
구름이며 바람이며 햇살이며 들꽃인 그대
그대는 모두의 속에 있고
모두의 속에 없다, 그립다는 그 생각도 잠시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고 머물다 흩어진다
나도 그렇다
내 생각을 몽땅 들고 간 너도 그렇다
엿보는 모든 것이 엿 같다
니가 부려놓은 좁밥꽃 잎 진다
저물 무렵 인왕의 머리에 검붉은 구름이 핀다
한바탕 와르르릉 울겠다
-《시와문화》2015, 겨울호
*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편집동인으로 작품활동, 편집위원 편집장 역임
시집 『혼자 노는 숲』 2015년 (사)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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