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는 없다
진 란
오늘 난, 나비와 접신을 하고 광장으로 간다
구겨진 춤과 음표를 끌고 광장으로 간다
꽃도 풀도 나무도 죽어버린 곳에서 너훌너훌 나비는
완고한 차벽이 겹겹이 쌓인 틈과 사이를 흘러서 간다
푸른 낙타의 발자국
붉은 달의 발자국
은빛 사막여우의 발자국
노란 나비 떼의 발자국
지구별 여행자의 땀에 밴 배후가 지워지기 전에
때늦은 꽃샘이 심술을 부리기 전에
까닭없는 오아시스, 너희의 신기루가 아니길
환한 햇살의 금가루로 날리는 사월의 소풍과 가라앉은 세월
냉냉한 물대포에 날아가는 맨발의 어미들
등푸른 목어가 되어 문 열라고 문을 열라고
제발 문을 열고 이야기 좀 하자고 제 속 두드리는 아비들
금요일엔 돌아 오겠습니다 그런 금요일이 수백 번
기억 하겠습니다 그런 날이 삼백육십오일
그네의 차도르에 앉은 가벼운 비명들이다
광장의 모서리에서 아무라도 끌어안고 싶은 실오라기
그 대오에 캡사이신이 뿌려 진다
노랑나비 떼들의 함성과 희어진 날개 짓이 벽 안에서 절명 한다
그만큼의 거리에서 나는 나비 그래 방관자
그냥 본다, 밭은 눈물의 소금기둥을
-《불교문예》가을호, 2015
-《시향》겨울호, 2015 :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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