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숲
진란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고지고
그렇게 후다닥 지나갔다
항상 가던 그 자리를 다시 걸어가며
산목련 함박 웃는 모습을 보렸더니
그 새 지고 없어, 아차 늦었구나 아쉬운데
어디서 하얀 종소리 뎅뎅뎅 밀려온다
금천*길 푸른 숲 사이로 때죽거리며 조랑거리는 것들
조그만 은종들이 잘랑잘랑 온 몸에 불을 켜고 흔들어댄다
순간 왁작해지는 숲, 찌르르, 찌이익, 쫑쫑거리는 새소리들
금천 물길에 부서져 반짝이는 초여름의 햇살, 고요를 섞는
바람, 나를 들여다보는 초록눈들이
환생하듯 일제히 일어서는 천년 비룡처럼
혼자 노는 숲에 혼자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숲에서 많은 것들이 혼자였다
내가 없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들
고맙다
*금천: 창경궁 홍화문을 지나서 춘당지로 가는 숲 속에 흐르는 물길, 옥천이라고도 한다
-진란 시집 『혼자 노는 숲』,《나무 아래서 》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늘 혼자이다. 그 혼자인 것이 모여 숲이 되고, 산이되고, 바다가 되고, 사막이 된다. 진란 시인의 시집 『 혼자 노는 숲 』은 막막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몸 속 깊이 함께하고 있다는 의식의 눈뜸이다. 하루 종일 혼자 서 있기만 할 것 같은 금천길 숲속에 은초롱꽃이 피어 있고, 찌르르기가 울고, 새가 울고, 바람이 고요와 섞이는, 이것은 이미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세상 사람이 일상이다. 시인은 이렇게 잊고 사는 것 속에 내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찾아 헤메이는가를 생각한다. 지금까지 세상의 삶은 경쟁과 대결의 구도였다면, 금천길 숲속은 대결과 구도 위에 잘 지어진 생명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바라보는 삶의 의식이 바람처럼 스치고 있다는 것이다. 진란 시인과는 아직 만남의 기억이 없다. 오랜 시간 서로의 시를 알고 지내는 사이로, 그의 첫 시집을 무릎위에 놓고 그 무게에 대한 의식을 저울질하며 그 균형이 삶이라는 추와 세상이라는 무게를 적정히 잘, 귓속말처럼 소근거리는 힘이 무궁하다. 그 무궁함이 빛난는 시집이다. 진란 시인의 『 혼자 노는 숲 』에 나도 들어가 놀아 본다.
[출처] 한결추천시메일-2435(진란 作 / 혼자 노는 숲)|작성자 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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