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후 4시
진란
하루가 지나고 있다는 헛헛함이 바래는, 누군가를 불러
차 한 잔을 나누어도 오랜동안 빚지지 않을 것 같은,
도시의 그림자가 아직 당도하지 않은 비탈의 시간
얇은 햇살을 등지고 가는 낯선 이의 모르는 생각처럼
아직 머무르는 겨울 속에서
봄맞이꽃이나 별꽃의 안부를 묻기에는
너무 이른 것인지
불혹의 문자가 보도블록으로 길게 깔린
모퉁이 골목을 들어선다
기다리면 늘, 조금 늦게 도착하는 버스처럼
소소리바람 닿는 햇살도 길어져서
오후 4시를 이렇게 오래도록 명명하고 있는지
혼자 차를 비우는 시간
문득 네게로 건너가고 싶은, 가서 봄이 되고싶은
화악한 벚꽃의 꿈
꽃비로, 꽃비로 내려서
봄비, 그대의 어깨에 얹히고 싶은
그래. 봄이 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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