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 꽃 환한 때
진란
쓸쓸한 그 얼굴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이제는 보내려고 해
마른 침 삼키는 소리, 낮아진 하늘, 칙칙하게 걸어 다니는
너를 더는 못견디고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면 어디서부터 흐트러졌는지
언제 허물어졌었는지 기억나지도 않지만
갸웃갸웃 가만히 들여다보면 너는
내 가슴 속 어느 욕망의 뿌리까지 맞닿아 있곤 했어
사랑하는 나와 또 사랑하는 나와 그리고 어지럽던 너와
울음의 발자국 밤새 뒤척이다가
이제는 가을 꽃 앞에 겸손히 서서
나를 이제 보내라고, 너를 이제 보내려고
먹먹해져서
막막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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