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 노는 숲

해국, 꽃편지

by 진 란 2011. 10. 2.

해국, 꽃편지

 

진란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꽃빛이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걸까요?

당신을 더듬는 동안 내 손가락은 황홀하여서

어디 먼 곳을 날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지럽던 동안 바닷물이 밀려오듯

눈물이 짭조름해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머물던 바다를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어깨에도 해풍이 머물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던게지요

그 때 그 가슴에도 섬이 되었다가 섬이었다가

섬으로 멀어졌던게지요

이렇게 좋은 풍경, 이렇게 좋은 시를 만나면

순간 돌부처 되어 숨이 막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경이 되어버립니다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한 때 꽃이 되었다가 꽃이었다가 꽃으로 져버린 그대

내년에도 다시 오마던 꽃은 그 꽃이 아닐 것이라고

우리의 기억은 늘 다르게 적히는 편지라고

 

 

 

'혼자 노는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0) 2011.10.02
시월의 풍경  (0) 2011.10.02
사랑법  (0) 2011.10.02
개망초 2  (0) 2011.10.02
어떤 화해  (0) 201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