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꽃편지
진란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꽃빛이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걸까요?
당신을 더듬는 동안 내 손가락은 황홀하여서
어디 먼 곳을 날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지럽던 동안 바닷물이 밀려오듯
눈물이 짭조름해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머물던 바다를 생각했습니다
그 때 그 어깨에도 해풍이 머물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던게지요
그 때 그 가슴에도 섬이 되었다가 섬이었다가
섬으로 멀어졌던게지요
이렇게 좋은 풍경, 이렇게 좋은 시를 만나면
순간 돌부처 되어 숨이 막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절경이 되어버립니다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한 때 꽃이 되었다가 꽃이었다가 꽃으로 져버린 그대
내년에도 다시 오마던 꽃은 그 꽃이 아닐 것이라고
우리의 기억은 늘 다르게 적히는 편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