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를 꿈 꾼 날
진란
일렁, 대숲이 흔들린다
마당에 비질을 하듯
쏴르르
쏴르르
뒤척임 한 번 없이 댓이파리들
삐라처럼 쏟아져 내렸다
허공 중에 허공
내통할 수 없는 마디마디의 숨막힘
일제히 입을 다물자
귀가 닫힌다
생채기를 핥아주듯 대숲이
통째로 쏠린다
언제였을까, 숯불에 달군 정을 박아
갈기를 세웠던 때는
꿈을 꾸었었다
맨살의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비상하는
그 꿈을!
연실이 끊기고
섶다리가 끊기고
오래도록 길에 마른 잎들 나뒹굴던,
대숲의 몸짓으로 운 적 있었다
쏴르르
쏴르르
내 한 생애가 삐라처럼 나부낀 적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