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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우화를 꿈 꾼 날

by 진 란 2011. 10. 2.

우화를 꿈 꾼 날

 

진란

 

 

 

일렁, 대숲이 흔들린다

마당에 비질을 하듯

쏴르르

쏴르르

뒤척임 한 번 없이 댓이파리들

삐라처럼 쏟아져 내렸다

 

허공 중에 허공

내통할 수 없는 마디마디의 숨막힘

 

일제히 입을 다물자

귀가 닫힌다

생채기를 핥아주듯 대숲이

통째로 쏠린다

 

언제였을까, 숯불에 달군 정을 박아

갈기를 세웠던 때는

꿈을 꾸었었다

맨살의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비상하는

그 꿈을!

연실이 끊기고

섶다리가 끊기고

오래도록 길에 마른 잎들 나뒹굴던,

 

대숲의 몸짓으로 운 적 있었다

쏴르르

쏴르르

내 한 생애가 삐라처럼  나부낀 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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