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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혼자 노는 숲 1

by 진 란 2011. 10. 2.

혼자 노는 숲 1

-우울의 포지션

 

진란

 

 

 

 

삶은 되돌이표가 없는데

나는 자꾸 되돌이표처럼 되돌아오고 되돌아가고

되돌이표를 자꾸만 물 위에 띄워놓는다

앙금으로 가라앉은 것들이 부유되어 올 때까지

몽니를 부리듯 그 자리에 자꾸 되돌아가서는

날아가는 것들을 부러워하고

헤엄치는 것들을 샘내고

피어나는 것들을 기뻐하고

지는 것들에 대하여 경외하면서

내 몸이 땅 위로 부유하는 것이 더 쉬울 것만 같은

그런 기다림이 홀가분해 보이는 숲, 속에서 나는 왕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는 재미

네가 없을 때 슬쩍 훔쳐보는 관능

그래보아도 되돌아오는 것은 없는데

애써보아도 되돌아가는 것도 없는데

어쩌자고, 난이도 낮은 이 곳에 앉아 기다리느뇨

그럼에도, 난이도 없는 저 곳에 서서 서성이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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