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숲 1
-우울의 포지션
진란
삶은 되돌이표가 없는데
나는 자꾸 되돌이표처럼 되돌아오고 되돌아가고
되돌이표를 자꾸만 물 위에 띄워놓는다
앙금으로 가라앉은 것들이 부유되어 올 때까지
몽니를 부리듯 그 자리에 자꾸 되돌아가서는
날아가는 것들을 부러워하고
헤엄치는 것들을 샘내고
피어나는 것들을 기뻐하고
지는 것들에 대하여 경외하면서
내 몸이 땅 위로 부유하는 것이 더 쉬울 것만 같은
그런 기다림이 홀가분해 보이는 숲, 속에서 나는 왕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는 재미
네가 없을 때 슬쩍 훔쳐보는 관능
그래보아도 되돌아오는 것은 없는데
애써보아도 되돌아가는 것도 없는데
어쩌자고, 난이도 낮은 이 곳에 앉아 기다리느뇨
그럼에도, 난이도 없는 저 곳에 서서 서성이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