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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배롱나무 긴, 그리움으로 피다

by 진 란 2011. 10. 2.

배롱나무 긴, 그리움으로 피다

 

진란

 

 

 

 

날카로운 벼랑 끝에 선 것처럼

겨우내 헐벗은 몸

침묵하며 버텼습니다

손길 더듬어 오르던 간지럼도

이제 까마득한 기억입니다

푸른 기운 끌어 올리며

그리움도 단단하게 독이 올랐구요

무성한 이파리로 밀어올린

꽃송아리,  마음에 엮었겠지요

 

하루

이틀

사흘

 

속으로 견디던 기품도

바지랑대 설레임으로 흔들리는데

한여름 뜨거운 눈길에

바싹바싹 타들어갑니다

그렇게 단호한 침묵이

목숨줄처럼 질겼더랬습니다

따가운 햇살에  몸을 비틀며

백일의 사랑이 팝콘 튀듯

바알간 알몸으로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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