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진란
지난 밤 문 좀 열어보라고
툭.툭.툭.
자꾸만 두드려대길래
등 돌리고 잠든 척 하였던 게지요
무슨 오기로 빗장 한 번 더 지르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었지요
햇살 한 줌 가늘게 기어들어 올 때까지
눈 꼭 감고 버티었던 거에요
살그머니 창을 열어보니
내내 서있다 가버린 흔적만
나무 그늘 아래 남실대구요
밤새 목울대 간지르던 심술 하나가
기어이 붉은 혀 쏘옥 내밀지 않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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