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혜숙 시집 『여우야 여우야』 출간
남혜숙 시인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미술대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칼날도 아프다>가 있다. 중앙대학교 미술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칼날도 아프다가 있으며, 현재 크로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우야 여우야}는 남혜식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며, 남혜숙 시인은 그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시적 대상들을 포착하고, 또한 그만큼의 역사 철학적인 지식을 통하여 그 시적 대상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힘을 부여한다. “나이 사십이 넘은 여자는 다 여우다”([여우야 여우야])라는 시구도 그렇고, “어떤 꽃이든/ 한번은 절정으로 피어야만 지는 것이다([절망을 피우다])”라는 시구도 그렇다. “돌에서 삶을 피우는” “돌꽃([돌꽃])”이라는 시구도 그렇고, “온몸으로 수면의 압력을 부둥켜 안은 채” “그때마다” “혼신을 다해 향기를 토해내는” “맹그로브나무([맹그로브나무])”라는 시구도 그렇다. 이 사유의 힘은 기존의 사물의 가치와 질서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힘이며, 따라서 그의 시세계는 가장 독창적이고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의 시들의 향기는 잠언과 경구에 맞닿아 있는 향기이며, 어느덧 우리는 그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요컨대 남혜숙 시인의 시집 {여우야 여유야}는 우리 인간들의 멋진 신세계이며, 아름다운 소우주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일생을 물속에서만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 큰 뿌리의 중심을 물속에 넣고/ 온몸으로 수면의 압력을 부둥켜안은 채 / 열매조차 맺지 못하는/ 나무는 만조 때면 지친 배가 닻을 내리듯/ 달빛 아래 엄숙하게 몸을 숙이고
스스로 제 가지를 꺾어 수면 위로 떨군다/ 그때마다 나뭇잎들은 /혼신을 다해 향기를 토해낸다
-[맹그로브나무] 전문
나이사십이넘은여자는다여우다/ 꼬리아홉을감춘여우다/여우들은 치맛자락 속에 /감추고 있던 꼬리를 /얼핏얼핏 내보이기도 한다 /여우가되려면백여우가되어야한다/ 불여우가되어야한다/ 속곳이보이는여우는여우가아니다----[여우야 여우야} 전문
남혜숙의 시들은 우리 삶의 저변에 퍼져 있는 아픔을 응시한다. 그 응시가 아픔이 혼재된 여러 경관景觀을 완성해낸다. 시인의 시적 전언에 따르면 사람은 아픔을 안고 사는 존재다. 아픔은 출생, 노화, 질병, 죽음, 별리 등 살아가면서 겪는 거의 모든 일들에서 온다. 그것은 우리의 현존이 품고 있는 불가피한 가시들이다.
하지만 삶에는 승리가 없다. 오직 극복만이 있다. 우리가 단 한번 살아버린 삶은 그저 극복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다시 몸-삶을 이끈 것은 몸-삶으로 부화되지 못한 무수한 삶이다. 몸-삶이란 온갖 아픔들로 봉인封印된 그 무엇이다. 달리 말하면 아픔은 오로지 몸-삶으로 살아 있을 때 몸-삶을 실증하는 그 무엇이다. 아픔은 시인의 시적 사유의 원형질이다. 시인은 그 아픔을 끌어안고 안팎을 찬찬히 살핀다. 마침내 융융한 아픔의 형이상학이 빚어내는 게 시인의 시다. 그랬으니 남혜숙의 시는 돌 위에 피어난 돌꽃, 제 몸을 태워 만든 무늬, 가시를 품은 채 피운 몸-꽃이다.
-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남혜숙 시집 {여우야 여우야}, 도서출판 종려나무 값 8,000원
화가이면서 시인 남혜숙 ‘여우야 여우야’ 시집 펴내
경향신문 | 입력 2009.12.10 17:33
화가이자 시인 남혜숙(51)이 두번째 시집 < 여우야 여우야 > (종려나무)를 펴냈다. 중년으로 훌쩍 들어선 시인은 "나이 사십이 넘은 여자는 다 여우"라며 우리 삶의 저변에 퍼져 있는 아픔을 응시한다. 시인은 돌 틈에서 꽃을 피운 돌꽃을 보면 "삶은 일련의 방들 속에/ 나를 채워 넣는 것이리라"('돌꽃')고 노래하고, 물 위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나무를 보면서 "온몸으로 수면의 압력을 부둥켜안은 채"('맹그로브 나무')라고 말하며 일상의 사물과 자연 속에 깃든 삶의 아픔을 응시하고 극복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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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혜숙시인 약력 | |||
중앙대학교 미술대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1994년《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칼날도 아프다』가 있으며, 현재 크로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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