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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구보 박태원 단편소설 `이발소` 발굴

by 진 란 2009. 12. 3.

구보 박태원 단편소설 `이발소` 발굴

매일경제 | 입력 2009.12.03 16:37

 

 

 

소설 속 화자는 동소문 밖에 있는 이발소를 자주 간다. 그런데 이 이발소는 시설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샴푸 대신 빨랫비누를 쓰고, 수통도 없는 데다 드라이어도 늘 고장 나 있다. 찾고 또 찾고 하는 것이 내 스스로 괴이쩍은 곳이다.

이곳에는 세 명의 이발사가 있는데 점심을 먹을 때마다 내기를 한다. 제비를 뽑아 일등은 공짜로 먹고, 이등은 제 몫만 내고, 삼등은 일등 몫까지 낸다. 화자는 오늘도 점심내기 제비뽑기를 하며 가벼운 말다툼도 하는 세 이발사 모습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소설을 맺는다. "천하는 태평이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작가로 유명한 구보 박태원(1909~1986년)의 단편소설 한 편이 새로 발굴됐다. 계간지 '작가세계'는 최근 발간한 겨울호(통권 83호)에 구보의 단편소설 '이발소'를 수록했다.

'이발소'는 1942년 8월 11일 발행된 '매신사진순보' 294호에 실린 작품으로, 근대서지연구회 회원인 신영수 씨가 '작가세계' 측에 자료를 제공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짧은 분량의 이 소설에서도 구보가 '천변풍경' 등에서 보여줬던 공간을 탐사하는 재능은 빛이 난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이 '성문 안'을 탐구한 것과 달리 '이발소'는 한가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문학평론가 홍기돈 씨는 해제에서 "성문 안이 근대가 작동하는 공간이라면 이발소는 그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이라며 "작품의 마지막 문장 등을 볼 때 구보는 새로운 질서로 수렴되지 않는 태평하고도 명랑한 세계를 그리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씨는 또 "구보는 '이발소'와 같은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냉혹한 시대를 겉돌고자 하였다"며 "저항으로까지 나서지는 못하였으나 이 정도면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자 어느 정도 노력했다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작가세계'는 이번 호에 '박태원 특집'을 마련해 발굴작 외에도 장남 박일영 씨가 쓴 회고문과 신형기 연세대 교수의 비평문, 김미지 서울대 강의교수가 쓴 문학적 연대기 등을 수록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