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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씨진 정혜진사진전] 동심을 사진으로 엮고 꿰매다

by 진 란 2009. 2. 17.
[씨진(C Gene) 정혜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전-어린 시절의 동화세계로 회귀]
어디서: 갤러리나우(대표 이순심) www.gallery-now.com 언제:2009년 2월4일(수)~2009년 2월17일(화)

'다차원(Multi Dimension)_0601' 사진에 복합매체 100*80cm 200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展은 씨진 정혜진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프랑스에 건너가 다시 사진을 공부했다. 그는 이렇게 회화, 조각, 사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최근에서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다매체를 한 화면에 혼재시키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전반적 경향은 그림을 드로잉하거나 사진을 찍는다는 것보다는 오브제를 만들거나 사진을 엮고 꿰맨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다차원(Multi Dimension) 연작' 갤러리나우 전시장내부

일단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기분이 유쾌해진다. 이번 전은 작가가 어린 시절에 상상해본 동화세계를 사진에 담아 풀어놓은 것 같다. 하긴 어린 시절만큼 감수성이 예민하게 정서적으로 풍부한 시절이 어디 있겠는가. 작가는 나이 들수록 천진난만한 웃음 속에 담긴 천국의 표정이 더 그리운가 보다. 

사진과 회화를 혼재시키는 이런 방식에 과거엔 없었기에 이에 더 고무된 모양이다. 이젠 기술보다 작가의 고유성, 다시 말해 그의 작품이 얼마나 독창성을 발휘하며 그만의 고유한 상상력을 구사하느냐가 문제다.

'다차원(Multi Dimension)_0161' 사진에 복합매체 120*85cm 2006

앨리스가 꿈속에서 거인괴물을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의 작품에 차용하여 알록달록한 문양과 오색찬란한 색채로 보석처럼 빛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작품 속에서 기호화하고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싶다. 이런 분위기는 관객들에게도 옛 향수에 빠지게 한다. 

'다차원(Multi Dimension)_0803' 사진에 복합매체 120*100cm 2006

작가는 아래 <작가노트>에서 이번 전의 동기를 밝힌다. 인생이란 전혀 예상 밖으로 진행되어 사람들은 당황하게 하는 이런저런 인생사를 겪다보면 역시 어린 시절의 꿈을 소중하고 지키고 이루려는 것이 바로 행복의 길임을 알게 된다는 뜻인가.

"현대사회는 많은 갈등과 문제점을 앓고 있다. 빈부격차, 생태파괴, 핵전쟁 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반세기 가까이 우리와 같이 동고동락해온 문제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보고 무관심해졌는데 이런 우리의 우유부단함의 이면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작품에 담아보려 했다.

[...] 나는 오늘날 이런 시대의 무심함을 일깨우며, 미래에 곧 맞고픈 혹은 맞게 될 낙원의 세계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를 공존시키는 노력과 고민을 작업에 담고자 했다. 또한 이런 노력이 대중과 소통하여 온 인류가 맞이하려는 유토피아의 문에 한 발작 다가서게 되기를 나는 바란다"

'다차원(Multi Dimension) 연작' 갤러리나우 전시장내부

사실 사진으로 공예품 같은 작품을 최종적으로 깔끔하게 완성할 수 있다니 놀랍다. 실 같은 가는 선과 눈송이나 꽃송이 같은 큰 망점이나 알 수 없는 미묘하고 다채로운 물건 등이 동화적 환상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하얗거나 검푸른 바탕에 옅은 분홍에서 짙은 분홍을 물론 적청황을 적절히 배합하여 보여주는 색의 향연은 큰 즐거움을 준다. 일상에서 무뎌진 감성을 씻어주고 우리 삶에 활력을 되찾아주려는 것인가. 이 작품에서는 어려서 보고 듣고 만지는 가운데 느낀 추억과 감촉 등을 다채롭게 형상화했다.

'다차원(Multi Dimension)_연작' 사진에 복합매체 40*60cm(4개) 2008

사람으로 태어나 유일하게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시기는 어린 시절뿐이다. 사실 이 세상이 돈에 의해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돈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 오히려 돈 때문에 불행을 겪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사실 인생은 복잡해 보이지만 그 원리는 간단하다. 나를 비우고 남을 채워주면 세상은 밝아지고 삶은 행복해 진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것이 간단치 않다. 그런 삶의 시작은 동심의 회복에서 오는 것인가.

다차원(Multi Dimension)_연작' 설치미술 2008

암탉의 볏인가. 좀 과장되었으나 깜직하고 귀엽다. 까망, 노랑, 빨강 등 색이 밝고 문양이 다채롭다. 미술적 요소에 주술적 분위기가 뒤섞여 있다. 부평초처럼 이곳저곳을 떠도는 서커스단원의 무대복장이 연상된다. 작가가 회화, 조각, 사진까지 두루 공부해서 그런지 이런 조형력이 예사롭지 않다.

'다차원(Multi Dimension)_0808' 사진에 복합매체 60*50cm 2008

이 작품은 이번 주제와 격이 잘 맞는다. 추상과 구상의 요소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다. 사람의 얼굴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형체도 여기저기 보인다. 작고 큰 점과 귀여운 동구라미 등이 참신한 느낌을 선물한다.

이런 동화적 착란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른을 위한 것 같다. 왜냐하면 그냥 가볍게 넘기고 즐기기에 두루 많은 생각하고 사유해 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변신(Morphosis)_연작' 사진에 복합매체 60*40cm 2006

청적색의 대조가 제격이다. 평생 공부하는 자세도 다 비워내면서 이렇게 또 전혀 새로운 현대판 우화나 서사를 탄생시키려 한 것인가. 마티스의 야수파적 느낌도 들고 작가의 유머와 재치도 엿보인다.

'다차원(Multi Dimension)_0142-0145' 사진에 복합매체 120*100cm 2008

작가는 화분과 꽃잎, 망과 레이스 같이 풍부한 장식요소를 보여주면서가 관객들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이 되는 착각에 빠져 일상에서 겪는 고단함과 피곤함도 잠시 벗어던지고 삶의 생기와 생활의 활력을 되찾기를 바라는 것 같다.

끝으로 독립큐레이터인 신혜경의 그에 대한 평을 들어보자.

(...) 많은 질문거리를 던지는 이번 전시는 씨진 정혜진 작품의 정형화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진행형의 '변화되기-창조되기'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변화 가능한 것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현대인의 욕망을 분출하고 재배치하는 공간으로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보는 것만큼 유쾌한 일이 될 것이다"

작가소개
학력
1981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983 이화여대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1996 미국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 오브 파인아트 대학원졸업(석사) 2003 프랑스 베르사유 보자르 사진과 수료

개인전 2008 씨진 조각전 'Super Objects-The Room'(토탈미술관) 2007 씨진전(토포하우스) 2005 갤러리 현대윈도우 2004 갤러리 아트사이드 2002 Centre d'Arts Plastiques Albert Chanot(프랑스) 2001 Les Alteliers Artsenal(파리, 프랑스) 1996 수상기념개인전 레이셔기념관(미국) 1988 관훈갤러리

수상경력 1996 The first prize for purchase award for Museum of American Art 1995 "Winner" Awarded Solo Exhibition at the Fleisher Art Memorial(미국) 1988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1980 구상전

새로운 전시소개 코너
"박영선을 회고한다"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 2월28일까지

▲ 박영선 I '계곡의 여인' 33*24cm 1970년대
ⓒ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서구 지향적 로맨티스트 박영선(1910~1994) 서구적 형식과 이념을 한국인의 서정성에 적용하여 새롭게 재해석하려고 한다. 그래서 파리에 직접 유학하여 서구의 진수를 배워왔고 귀국해서는 근대미술의 개척자로 당시에 블루칩작가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사적으로 그의 의도만큼 기여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는 서구적 누드를 선망하면서 한국의 여인을 통해 융합하려 했다. 한국을 입은 서양풍의 여성 이것이 그 시대 지식인의 한계는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시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 반면 그는 대학에서 좋은 후배양성을 많이 길러낸다.

그는 사실은 아카데미즘을 넘어서는 추상과 구상 등 다양한 실험을 골고루 시도한다. 그래서 입체파와 후기인상파 등의 요소를 적극 도입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끝나 아쉽다. 다만 한 시대의 커다란 교량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은 박영선 같은 낭만주의가 그리워지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코리아나미술관 Space*C 관장(유상옥), 큐레이터(장민영), 문의(구민경 에듀케이터).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7-8 전화 02) 547-9177 /유목민

코리아나미술관(스페이스*씨) 홈페이지 http://www.spac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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