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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공연시간이 변하고 있다

by 진 란 2009. 2. 15.

공연시간이 변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 심리적 부담 ,,,금요일 매출이 훨씬 높아
주5일제ㆍ소비패턴 변화 ,,기획자들 눈여겨 봐야

주5일제 근무가 본격화되기 시작한지 벌써 몇 년이 지나서일까,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에도 일요일 저녁에는 예전과 같이 붐비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공연의 판매 추이를 보면 일요일 저녁보다 금요일 저녁이 훨씬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에는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일찍 귀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주 5일제로 인해 토요일 휴무가 보편화되면서 금요일 저녁이 주말의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메카로 알려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일요일 저녁공연이 아예 없어지다시피 했다.

이미 '조로' '위윌록유'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더티댄싱'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대작들이 일요일 저녁 공연 대신 월요일 저녁에 공연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월요일은 공연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도 상황은 비슷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애비뉴Q'가 일요일 저녁 대신 월요일 저녁공연을 하고 있으며, '메리포핀스' '라이온킹' '인어공주' 등 디즈니 씨어트리컬 그룹의 공연과 '빌리엘리엇' '저지보이즈' '슈렉' 등 대형 뮤지컬 들이 대부분 일요일 저녁 공연을 없애고 대신 수요일이나 목요일 낮 공연을 추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일요일 저녁공연은 점차 없어지는 추세로,

거기에 더해 대부분의 평일 저녁공연이 7시, 주말 낮 공연이 12시 30분에 시작해 우리나라에 비해 공연을 관람 후 귀가시간이 훨씬 당겨질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서울의 경우 아직 월요일 공연을 하거나 일요일 저녁 공연을 없애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헤드윅'이나 뮤지컬 '카페인' '화장을 고치고'의 경우 일요일 저녁 공연이 없고, 일요일 공연을 하는 작품들도 대부분 저녁 6시에 공연이 시작되어 2~3년에 비하면 한 시간 가량이 앞당겨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예 주부들을 타겟으로 기획된 예술의전당 브런치 콘서트는 평일 오전 11시에 공연을 하며, 벌써 수년째 베스트셀러로서 한국 공연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공연시장에서 어찌 보면 예의 브런치 콘서트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무너질 하늘의 솟아날 구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나 '친정엄마와 2박3일'과 같이 중년 여성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품들은 아예 브런치 공연을 했더라면 더욱 높은 판매고를 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기획사에 걸려오는 공연 시간 문의에 "여덟 시입니다"라고 답변하면 꽤 많은 고객들이 "저녁이요? 아침이요?"하고 반문한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주부들은 사실 공연계의 또 다른 '블루 오션'인 셈이다. 변화하는 주말과 달라지는 소비패턴, 공연 기획자들이 눈 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송한샘 쇼팩 대표
헤럴드경제 | 기사입력 2009.02.13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