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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통인화랑] 인사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뒤뜰 숨겨진 곳

by 진 란 2009. 2. 17.
[통인가게] 인사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뒤뜰 숨겨진 곳_두 전시회와 특별한 콘서트
통인화랑(지하 1층) '천개의 머그컵'전 2월10일까지 I 통인옥션갤러리(5층) '이돈순전' 2월 3일까지

통인가게(대표: 김완규) 통인화랑(관장:이계선) 홈페이지 사진 http://www.tongingallery.com 02)733-4867

통인가게는 통인화랑(지하1층), 현대공예품(1층), 전통공예품(2층), 되살림가구(3층), 고미술품(4층), 통인옥션갤러리(5층)가 있다. 통인가게(화랑)은 1924년 고 김정환선생에 의해 창업되었다.

그리고 1973년 인사동 6층건물(수도약국 옆)로 이전하였다. 2002년에는 통인 뉴욕갤러리도 문을 열었다. 이 갤러리는 한국 도자기작가를 발굴하여 미국에 소개하는 창구역할을 한다. 인사동에서 경인화랑과 함께 인사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뒤뜰이 숨겨진 곳이다. 여기를 보지 않으면 인사동을 봤다고 할 수 없다.

[1층] 현대공예점 뒤뜰

통인가게 1층 뒤뜰(하나)

옹기항아리, 문창살, 장독대, 돌부처, 감나무, 담장이, 기와집, 굴뚝, 기와, 박, 마음속에 고향을 연상시키는 그런 소재들이 여기에 다 널려있다. 이런 풍경은 우리의 옛것에 대한 그리움을 다소 해소시켜주는 효과를 주리라.

통인가게 1층 뒤뜰(둘)

아담한 석등, 자연스럽게 깔린 풀과 함께 뒤섞인 텁텁한 돌바닥, 언제 봐도 정겨운 문살, 인공적 요소가 거의 배제된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래서 한국적 멋과 향취와 정겨움이 고스란히 배여 있다.

통인가게 1층 뒤뜰(셋)

창문을 통해서 보니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다.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목어, 동자승 같은 어린 돌부처가 무엇보다 해학적이다. 우물의 흔적도 보이고 세월의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어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층] 계단에 걸린 그림

황유엽(1916~) I '제목 모름' 캔버스에 유화 64×52cm http://www.kcaf.or.kr/art500/hwangyouyop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 작품이 보인다. 황유엽은 이북출신으로 한국동란에 남행길을 택했고 전란 중에 가족을 고스란히 북에 남겨두고 혈혈단신 두 형제만이 탈출하였다. 그런 면에서 그의 주제는 역시 '망향'이다. 그는 한국적 토속미의 구현에서 앞장섰고 '소의 작가'라 할 정도로 소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한국인의 체질이라고 할까. 어떠한 난관에서 과묵과 인내 속에서 참고 이겨내는 불굴의 정신이 엿보인다. 그리고 한국인의 농경사회의 노동의 상징인 절구와 놀이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그네가 있다. 그리고 한 쌍의 원앙새가 보이는 것은 부부애의 애틋함, 형제간의 우애와 이웃 간의 따뜻함을 상징하려 한 것인가.

표현주의나 야수파의 화풍이 흐른다. 색채는 강력하고 재질은 투박하고 서사(敍事)양식은 한국적이다. 약간 형체의 뭉개진 얼굴이 석불에서 보는 것 같은 그런 훈훈함과 인자함이 넘친다. 그래서 삶을 달관한 자의 여유와 호연지기도 보인다.

얼핏 보면 서양의 성화 같이 보이기도 한다. 놀이와 노동이 나란히 놓아 삶의 통합을 암시하고 둘의 긴밀한 관련성도 내비친다. 삶의 슬픔과 좌절, 기쁨과 환희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구상화인데 추상적 요소가 가미되어 신비한 분위기를 끌어낸다.

미술평론가 김인환은 그의 작품세계를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거친 마티에르 위에 굵은 터치로 부각되어 나오는 일그러진 현상의 인물과 동물이 하나의 친화성을 이루면서 그의 작품은 진득한 삶의 애환을 드러낸다"고 평하고 있다.

신종식 I '제목 모름' 캔버스에 유화 49×72cm

신종식의 그림은 장-미셸 바스키아의 '그라피티(낙서화)'도 생각나게 하고 장뒤뷔페의 '아르브뤼(원생미술)'도 연상하게 한다. 그의 천진난만한 붓질에는 그냥 어리숙함을 없지 않지만 색채의 한 정점에 도달한 도인의 경지도 엿볼 수 있다. '황적청'이 전면의 흰색과 어우러지면서 그림에 생기가 돌고 전체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준다.

추상회화의 정신과 극도로 단순화된 구도가 사람들 마음을 다스리며 작가의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유인 아니 유혹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최소한의 윤곽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관객의 상상이나 판단에 맡긴다. 장소와 시간의 애매성은 묘한 여운을 주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더 끌게 한다.

[3층] 벽면에 걸린 그림
무명 I '작호도' 49×85cm. 민화에서 온 것으로 작호도

'작호도'는 빈부차가 악화되는 시대에 강자와 약자의 공존과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바로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통합정신이다. 민화라는 것이 민중의 꿈과 이상이 담고 있는 그림이 아닌가.

정치인들은 이런 그림을 벽에 걸어두고 국민들 중 사회적 강자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흥부전'이 부자와 가난한 자의 빈부갈등을 설화로 풍자한 것처럼 '작호도'는 그림으로 비유한 것이리라. 분명 그 속에 깊은 교훈과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호랑이가 멋있는 것은 그가 강자이면서도 약자를 배려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민중으로부터도 사랑을 받는다. 일본인들은 이런 한국인의 기상을 약화시키려 토끼로 대체시키기도 했다. 용산재개발에서 있어서도 세입자와 개발업자 간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이런 그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층] 고미술품

고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4층 전시장. 영국이튼고에서 본 지금도 사용되는 500년 넘은 책상이 생각난다

우리는 식민지지배와 한국전쟁 등 정치적 혼란과 난리통에 살다보니 우리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전통가구나 공예품을 마구잡이 버리고, 서구적인 것이 무조건 편리하고 세련되었다는 편견 속에 사로잡혀 우리 것은 아예 폐기시키고 내팽개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우리의 가구는 그냥 가구만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감싸 안아 편하게 해 주는 어떤 힘이 있다. 사람들은 이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다시 한국전통가구로 회귀하고 있다. 서구적인 가구를 사용해 보니 편리하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옛 선인들이 누렸던 삶의 멋과 여유를 맛보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음식으로 김치나 나물 혹은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우리 전통음식의 맛을 볼 수 없듯이 서양가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속을 확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다시 한국적인 것을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세련된 서구식 가구는 시간이 갈수록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옷처럼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전통고가구만을 찾는다.

[5층] 통인옥션 갤러리 입구

토기 '달항아리' I 시유(施釉)토기. 시유토기는 9세기경에 생긴 것으로 본다.

달항아리 이것만큼 한국의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 있을까.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그 넉넉하고 어진 마음과 그 곡선미에서 세계 제일이지만 이런 시유토기 달항아리가 그처럼 화사하거나 세련되지는 않지만 토기의 자연스러운 색이며 유연한 허리선이며 몸매가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8세기부터 회유토기가 생기고 9세기부터는 시유토기가 생겼다고 하는데 그 시대의 것인지 아니면 이를 재현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련한 옛 추억을 유발시키며 우리에게 옛것에 대한 상상의 세계로 떠나게 한다. 물체마다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이 물체에 입힌 색의 아름다움은 그 어느 화가도 따라갈 수 없다.

[5층] 통인옥션갤러리 '이돈순의 철정회화'전 '못으로 그린 꽃' 2일3일까지

이돈순 I '못으로 그린 꽃(Speaking flower)' 목판에 못과 나사 2008 ⓒ 이돈순

"못 같은 금속재의 표현가능성을 실험해 봄으로써 생활과 밀착된
현대적 소재와 회화적 표현방식의 결합을 모색해보았다" - 작가노트 중에서

이돈순의 철정회화전이 지금 노암갤러리와 동시에 열린다. 미술이 점선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데 여기서는 못이 그 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를 '철정(鐵釘)회화'라고 부른다.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해서 그런지 못이라는 재료를 사용함에도 정감이 흐른다. 그리고 촘촘하고 꼼꼼한 장인의 손길도 서려있다.

작업에 있어서 못의 높낮이의 차이와 질감과 배열이 기존회화와 달라 많은 차별성을 보인다. 그러면서 강력한 시각적 착시현상도 보여준다. 못이라는 금속의 피부를 만들어진 꽃과 식물이나 여전히 전통적 회화성을 띠고 있어 놀라울 뿐이다. 시각과 청각, 전통과 현대, 평면과 입체 등 상반된 것을 결함시키는 요소가 매력 포인트다.

[6층] 사무실
박소영 I '정물' 캔버스에 유화 2005

우리가 흔히 보는 화병에 꽂인 꽃 정물화인데도 품격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참신하고 우아하다. 그 어디에도 서툰 구석이 없다. 유연한 균형감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색채의 경쾌함이 현대적 정서와 맞는다. 그리고 날렵해 보일 정도로 경쾌한 리듬감과 운동감이 느껴진다. 꽃의 풍성한 볼륨과 부드러운 선은 보면 볼수록 좋다.

이 정물화는 꽃의 대한 구체적 묘사보다는 전체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표정보다는 이미지에 더 중점을 둔 것 같다. 풍성한 질감이 넘치는 아이보리 색도 눈부시다. 꿈 한 조각이 하늘하늘 피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풍성한 질감이 정적인 분위기에 안겨있는 것 같은 스릴이 넘친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통인가게 입구. '가게'라는 말이 옛 향수를 불러온다

5층까지 올라갔다 인사동에서 가장 인사동다운 분위기가 내는 이 현관입구도 돌아왔다. 나는 인사동을 자주 가도 이곳을 자주 찾지 않지만 올 때마다 사람을 강하게 끄는 힘이 있다.

이 건물은 1973년에 지어진 것으로 인사동에서는 거의 40년이 다 된 현대식 건물이다. 이곳의 터줏대감건물처럼 보인다. 그 당시 건축가의 나름의 설계미가 아직도 살아있다. 여기서 입구 하나를 봐도 통인은 오래전부터 요즘 선진국에서 구사하는 문화가 경제를 주도한다는 컬처노믹스 정신을 일찍이 구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1층] '천개의 머그컵(One Thousand of Mugs)기획'전 2일10일까지

참여작가 I 안정윤 이정석 심지수 채은경 박정옥 윤상아 김하윤 이승엽 이꽃담 이정미 정소진 김세완 곽영우
인현식 김병율 이창화 강경연 성석진 조영국 조원민 최대규 이양재 김명선 이은주 이은혜 이윤희 이재준 오유림

28명의 작가가 참여한 천개의 머그컵기획전.

다시 지하1층 통인화랑으로 내려가면 눈부시게 화사한 머그컵들을 눈에 들어온다. 전시방법도 독특한 것은 오래 노하우가 쌓인 것으로 도자기나 공예전문 화랑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위에서 보듯 벽에 거는 방식은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 효과를 최대로 살렸다. 작품의 옆면을 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실용적이면서 조형미를 갖춘 이런 다양한 머그잔 초대전에 무려 2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다 각자 다른 개성과 재기발랄함을 선보이고 있다.


검은 머리카락 속에 파묻혀 깊은 상념에 빠진 것 같은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박정옥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흑백의 대조가 사람들 눈길을 더욱 끈다.

조원민의 조선백자 달 항아리 풍의 작품

조원민의 이 컵을 보고 내 눈에 휘둥그레졌다. 청백의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컵의 청순한 느낌을 주는 고품격 단순한 아름다움은 쉽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앞줄에 놓인 약간의 파격을 준 겁도 또한 애교가 넘쳐 보인다. 복잡한 일상으로 붕 떠있는 우리를 차분히 가라앉힌다.

나는 아무장식도 없는 뒷줄에 있는 백자형의 잔이 너무 마음에 들어 가격을 묻지도 않고 샀다.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하는 잔을 얻으니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마치 1억짜리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횡재한 것 같다.

얼룩말 무늬의 머그컵

얼룩말 무늬가 들어간 머그컵을 보니 말처럼 어디라도 달릴 것 같다. 이런 물건의 장식성과 조형성을 보면서 역시 사람만이 만물의 영장임을 확인하게 된다.

오픈하는 날 오신 손님들

전시가 열리던 날 외국 분을 비롯하여 손님이 많다. 난 여기서 지난번에 취재로 알게 된 이 화랑 이계선관장님을 다시 뵙고 반가이 인사들 했다. 그는 느닷없이 1월 30일 금요일 7시에 5층 오션갤러리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나를 초대했다. 정식초대가 아니라 일종의 즉흥(surprise)초대인 셈이다. 엑스트라 손님인 셈인데 난 얼떨결에 초대에 응했고 다만 어떤 성격의 음악회인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김완규 통인화랑 대표님, 토마스 쿱퍼 주한스위스대사, 유니버설 평화연합 페르디난드 렌즈 독일평화대사

외국인 손님 중에는 유니버설 평화연합 초종교초국가 독일 평화대사 페르디난드 렌즈도 계셨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가나 개인이나 예술과 문화적 소통이나 접근만큼 평화적인 것이 없다는 데는 서로 의견이 완전 일치했다.

종교와 문화와 인종의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려는 것이 또한 예술의 본령이자 정신이 아닌가 싶었다. 요즘 유행어인 경계 없는 삶 그런 것이 우리시대의 화두가 아닐까싶었다. 그리고 신임 주한스위스대사인 잠시 토마스 쿱퍼 만날 수 있었다.

'천개의 머그잔 전' 오픈하는 날 참석한 작가들

작가들은 자신의 분신이나 자식이라고 할까 작품 앞에 서서 한참 흐뭇한 모습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 멋진 공간에서 전시되고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 보상받는 날인지 모른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작품을 즐기는 사람 역시 그 중에서 작가의 즐거움이 힘들고 고생한 만큼 더 클 것이다. 그런 대가가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저녁음악회 I 2009년 1월 30일(금요일)

동인화랑 아니 동인가게 입구. 해학적 모습의 호랑이가 그려진 가게상표가 너무 멋지다.

금요일 음악회가 있는 날 입구에서 간단한 입장절차가 있었다. 신분을 확인하고 이름표를 달고 처음 보는 사람끼리 간단히 인사를 나눈다. 음악과 미술의 넘어 문화로 소통과 친교를 나누는 자리이다.

다과회 및 대기실로 사용된 4층 고가구실

4층에 올라가니 이미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여긴 음악회가 열리기 전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와인과 크루아상, 샌드위치, 계란말이 빵 등이 놓여 있다. 낯선 자리라 어색하지만 문화모임이라 그런지 그 어느 공간보다 좋다.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고미술품이 있는 것이라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하고 풍요롭다. 외국인이 많을 걸 보니 이들은 이미 여러 번 초대를 받은 것 같다.

청백색이 나는 18세기 경 조선백자 달 항아리

여기에 역시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백자 달항아리다. 정월대보름 같은 그런 넉넉함과 풍성함이 단박에 느낀다. 청백색의 우아한 색감하며 그 곡선미에 황홀한 미적 오르가슴을 느낀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또한 즐거운 일이다. 이계선 관장님이 날 통인그룹 관계자와 주변 지인들을 소개한다. 몇 분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도 교환했다. 콘서트시간이 되어 5층 갤러리로 올라갔다.

[5층] '2009년1월 통인오페라의 밤(Tong-In Opera Night Concert)'
- 통인옥션갤러리가 오페라콘서트홀로 진화하다

드디어 5층에서 '2009년1월 통인 오페라의 밤'이 시작되었다. 난 즉흥초대자라 서서 봐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다행히 자리가 났다. 처음 본 이 갤러리는 작아 보였는데 오늘만큼은 무도회처럼 커 보인다. 작은 것이 더 아름답다고 이런 미니 음악회도 때로 알차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김완규 통인가게 대표는 "이곳이 갤러리만이 아니라 예술애호의 공간이기를 바라며 이런 모임에서 얻는 즐거움이 삶에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순서지 인사말에 적어두었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이번 음악회 명사자 베이스 바리톤 신금호씨

이날 사회자는 훤칠한 키에 재치 넘치는 성악가 베이스 바리톤 신금호씨가 맡았다. 배용준 이상의 용모에 영어와 유머와 재치와 매너가 돋보인다. 여성 팬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대화가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 영어를 했다가 이탈리아어도 했다가 우리말과 섞어 가며 장중을 압도하고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이끌어간다.

소프라노 이미연. 풍부한 감정으로 이탈리아 가곡을 잘 소화한다

이 소프라노 가수는 감정과 그 표현이 풍성하고 음색이 안정되어 있다. 정말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 음악을 듣는 것 같다. 푸치니, 모차르트, 헨델, 비제, 베르디, 도니체티(Donizetti) 등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로 독일어로 된 노래를 듣는다는 것이 나 같은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감정전달에서 불통은 아니다. 외국인들은 서양음악을 동양의 성악가가 부르는 것을 듣는 재미가 클 것이다.

테너 김정권은 음색은 온화하고 차분하고 호소력이 있다.

사람의 목소리가 낼 수 있는 그 발성의 위력이나 그 폭과 영역이나 또한 얼굴표정이 주는 다양한 연기와 감정 그리고 음색의 미묘한 변화는 참으로 놀랍고 경이로울 뿐이다.

벽면에는 '이돈순의 못으로 그린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꽃 못지않게 화사하다. 이를 '철정회화'라고 한다

관객들 반응은 즉각 나타난다. 사람의 숨결과 음악의 리듬과 미술의 열정적 세계와 동서의 경계 없는 마음과 감정들이 서로 어우러져 멋진 축제한마당이 이룬다.

테너 김정권씨와 소프라노 이미연씨의 사랑의 이중창

테너 김정권씨와 소프라노 이미연씨의 낭만적 연가를 이중창으로 선보인다. 하긴 연가가 없는 오페라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시간은 시간을 죽이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 아닌가.

피아니스트 평미영. 정지용의 '향수'를 부르는 두 남자의 목청은 갤러리를 통째로 날려버릴 것 같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가곡 끝에 터져 나오는 정지용의 '향수'는 그 한국적 리듬과 선율을 타고 더할 수 없는 감흥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부른 모든 노래를 압도한다. 그 노랫말이 우리의 속살에 닿아 그 감동은 더욱 크다. 온몸에 전율이 온다.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흥얼거리며 따라하게 된다.

이번 음악회는 중심이 오페라다. 외국인도 있고 하니 문화의 수출이라는 면에서도 한국가곡과 판소리 등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긴 알고 보니 이전 음악회에서 이미 파페로 가수 정세훈, 판소리 명창 안숙선 등을 초대되기도 했다. 하여간 동서의 다양한 문화가 교차되고 융합되면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역시 오늘의 하아라이트는 '향수'다. 열렬한 호응과 최고의 박수를 받았다. 그림과 음악이 만나는 공간이라 그런지 그 감동의 크기가 두 배가 아니라 무한대로 증폭된다. 전통과 현대, 조각과 회화, 그 어떤 경계 없는 만남 등 으로 오래간만에 맛본 문화간의 쌍방접축이 좋았다.

늦은 밤 귀가 길
- 문화논리야 말로 진정한 경제논리

은빛 찬란한 아원공방의 공예품들.

음악회를 듣고 나오면서 본 '아원공방'의 공예들이 불빛에 아련하다. 그 고아한 은빛을 도무지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오래간만에 인사동 나들이는 여러 장르의 예술이 융합되는 '토털아트'를 만끽한 셈이다. 하지만 그 씁쓸함도 있다. 왜 이런 문화행사를 두루 확대하지 못하는가. 우린 너무 경제논리에만 빠져 과정으로서의 삶과 일상적 축제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그리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지도층이나 상류층의 몫인데 우리의 경우는 오로지 아파트 평수 넓히는 데만 목숨을 것 같아 외국에서 볼 때 배울 점이 없는 나라로 국가브랜드나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우리 근현대사가 증명하듯 경제논리는 삶의 질은 높이지 못하고 결국 개발독재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에게 이제 '문화논리야말로 진정한 경제논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프랑스처럼 불경기일수록 문화행사가 더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화가 경제를 먹여 살리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닌가.

새로운 전시소개코너
1. '깐낀다展' 2월22일까지 2. '아프리카 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 2월24일까지
전시 1-'깐낀다(M. Kankinda)展'(아프리카미술관:관장 정해광) 2월22일까지

깐낀다展 '흩어지지 말고 함께해요' 콩고 시인이자 화가인 그의 작품 통해 공동체정신을 강조... 서울 종로 아프리카 미술관, 2월 22일까지 열린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깐낀다는 '인간과 인간의 사랑' '형제의 우애'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모두가 주인으로 하나 되는 '대동굿판'을 이야기하고 있다. 250여 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콩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목초지와 사냥터를 둘러싼 부족 간 다툼과 자원분쟁까지 그들에게 '공동체정신'은 절실하다. 깐낀다의 그림은 바로 이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 안에서의 사람들은 팔과 다리로 고리처럼 서로 얽혀 있다. 아프리카 특유의 여유와 생명력이 강인한 아름다움이 배여 있다. 우리에게 '사회통합'이라는 과제가 있지 않은가. 관람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사간동 아프리카 미술관 문의 02-730-2430

전시 2-'아프리카미술로 오바마 생각읽기'전(동이갤러리 관장: 정해광) 2월24일까지

이번 전시는 흑인아버지와 백인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 그 과정을 아프리카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바마의 삶은 혼돈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케냐를 방문하면서 오바마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을 홀로 내버려 둔 아버지와의 화해는 물론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한 것, 그것은 오바마의 희망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느끼지 못한 삶의 의미를 아프리카에서 발견했다. 편견이라는 싸움의 주체가 결국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인사동 동이미술관 문의 02)732-3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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