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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소식

-‘서른살의 레시피’ ‘붉은 비단보’

by 진 란 2008. 11. 10.

 

책꽂이

-‘서른살의 레시피’ ‘붉은 비단보’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6.03 14:20

 

【서울=뉴시스】


▲'서른살의 레시피'
김순애 지음·황금가지 펴냄

 

 


"결국 집은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스로를 살찌우며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어디를 가든 그곳이 우리 집이고, 우리 고향이다. 자서전을 출간하고 나라는 존재와 나의 삶을 둘러싼 끝없는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질문마다 모두 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그 답을 모두 알 수도 없으며, 그래서 이렇게 내 삶의 첫 번째 부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저자 김순애씨(38)는 입양아 출신이다. 3세 때 미국으로 입양됐고, 17세가 되던 해 미국의 집을 떠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을 떠돌며 정체성을 찾으려 애쓴다.

스물한 살 때 17세 연상의 프랑스 사업가와 사랑에 빠져 10년을 프랑스의 프로방스에서 보낸다. 현지의 갖가지 향토 조리법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요리의 매력과 베푸는 기쁨을 알게 된다. 그래도 끝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다. 다시 홀로 세상으로 나와 치열하게 자아를 찾기 시작한다.

'서른살의 레시피'는 김씨의 사랑과 성공, 상실의 기록이다. 프로방스 지방 요리와 그녀의 독특한 감성이 버무려져 있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시카고트리뷴 등 신문과 여러 미디어를 통해 미국 전역에 소개돼 호응을 얻고 있다.

김씨는 "요리를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사랑과 음식, 요리에 관한 진부한 표현들이 있지만 사랑하는 이와 음식을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집필 동기는 이렇다.

"요리 관련서를 쓰고 싶어서 출판사를 찾아갔는데 에이전트가 시중에 요리 책은 많다며 나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쓰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헨젤과 그레텔이 떨어뜨려둔 빵 부스러기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즉 음식을 통해 길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는 것이 항상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주제였다. 그래서 결국 음식과 내 삶을 다룬 책을 쓰게 됐다."

김씨는 "음식을 통해 평안을 얻고 내가 머무를 곳과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나를 외롭게 하지 않고 나를 집에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유일한 것이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과거에는 자신을 버린 생부모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어느덧 그것도 사랑의 한 행위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어떤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할 권리는 없다. 그리고 엄마가 당시 당신의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버린 것이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음식·라이프스타일 잡지 '커티지 & 리빙'을 창간했다. 미국에서 요리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이민정 기자 benoit0511@newsis.com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이룸 펴냄


소설가 권지예씨(48)의 장편 소설이다. 그림소설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이후 3년 만이다.

'붉은 비단보'는 조선의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인 신사임당(師任堂·1504~1551)의 삶을 바탕으로 불우한 여성 예술가들의 운명을 담고 있다. 주로 '여성'을 둘러싼 세태를 통찰해온 권씨가 이번에는 시대배경을 과거로 옮겼다.

주인공은 '항아'다. 상상 속 인물이다. 역사 인물인 신사임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작가는 "항아를 상상하고 그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였고, 소설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신사임당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생애 이면에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항아의 친구로 등장하는 '가연'과 '초롱'에게서는 허 난설헌(蘭雪軒·1563~1589), 황진이(?~?)의 모습이 감지된다. 물론 둘 다 권씨가 가공한 소설적 캐릭터, 허구적 인물이다.

"언제부터인가 예술적 자아를 지닌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현대소설에서 예술가의 전형은 이미 클리셰가 된 지 오래다. 폭풍 같은 열정과 광기, 그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사는 여성 예술가들, 그러나 그들은 예술가로서의 자각을 이미 안고 사는 직업적 예술가가 대부분이다. 여성 예술가라는 현대적 이름이 있기 전부터 드리워진 그림자 같은 운명적 존재로서 예술가를 그려내고 싶었다."

예술가도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소설가인 자신 역시 예술과 일상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일상과 예술세계의 균형감각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현대에서 예술가는 직업적으로 철저히 균형감각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꼭 예술가의 삶이 요절하거나 자살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소설이 붐이다. 그래도 "색다른 역사소설을 쓰고 싶었다". "사실 이번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만약 다시 한 번 쓰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의 소설을 쓰지 않을까"라는 고백이다.

권씨는 2002년 이상문학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 무덤'등의 소설집을 냈다.

강경지 기자 brigh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