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나간 게 다리, 누가 그랬을까 | |
[매거진 esc]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끌리는 여행 ⑥ - 생태 갯벌체험 | |
남종영 기자 | |
당신이 갯벌에 한 발 디디면, 펄 밑에서 휘적거리고 다니는 갯지렁이들의 세상에는 지진이 난다. 언뜻 생태적으로 보이는 자연체험 활동도 반환경적일 수 있다. 사실 갯벌생물을 만지고 캐고 가져오는 것만이 갯벌체험의 전부는 아니다. 전남 순천만에서는 다른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유격대 진군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갯벌을 짓이기지 않는 생태친화적인 체험이다. 순천환경운동연합의 지도로 순천 향림중학교의 동천환경가꾸기 1학년 학생들과 순천만 갯벌을 다녀왔다.
무심코 디딘 한 발자국이 갯지렁이들에게는 대지진 순천만 갯벌은 순천시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대대포구에서 시작한다. 소설가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안개나루라고 표현한 그 어디 즈음이다. 대대포구를 기점으로 빽빽한 갈대밭이 육지를 향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론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이다. 순천만 갈대는 늘어난다. 1998년만 해도 갈대밭은 15만평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염생지대를 서서히 접수하면서 70만평에 이른다. 그리고 바람이 일으킨 갈대밭의 황금물결 사이로 에스(S)자를 그리는 물길이 생겨났다. 물길과 갈대밭 사이로 철새가 찾아온다. 지금 순천만 갈대는 누렇게 익어간다. 갈대가 하늘거리는 소리, 오리 떼가 비상하는 소리 그리고 바닷물이 드나드는 소리가 잔잔히 머무는 곳에서 다른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 갯벌에 들어가지 마세요 될 수 있으면 갯벌에 들어가지 말고, 들어가더라도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갯벌을 파헤칠수록 생태계는 교란당한다. 이날 향림중학교 학생들을 이끈 황선미 순천만 자연환경해설사는 갯벌에 도착하자마자 “갯벌의 숨구멍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과연 조그만 구멍들이 갯벌을 채우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갯벌을 지속적으로 밟으면, 이런 숨구멍이 막혀 갯벌 생물의 삶이 어려워진다. 갯지렁이 등 소형 생물도 밟혀 죽는다. 하루 1천명의 체험객이 갯벌을 밟으면 갯벌 5㏊ 가량이 훼손된다고 한다. 순천시는 아예 순천만 갯벌 진입을 차단했다. 대신 갯벌 위로 나무 재질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갈대밭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 위에서 갯벌을 관찰한다. 강흥순 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순천만 갯벌체험은 채집형 체험이 아니라 관찰형 체험”이라고 말했다. 순천만 갈대 산책로는 자연생태관에서 용산전망대로 이어진다. 이른 가을 갈대는 누렇게 피어 하늘거린다.
순천만 갯벌의 대표 주자는 짱뚱어다. 짱뚱어는 갯벌을 기어다니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하는 ‘수륙양용’의 망둥어과 물고기다. 물 빠진 갯벌에서도 사는 까닭은 짱뚱어가 다른 물고기와 달리 피부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산책로 쉼터에서 뭍으로 올라온 게를 잡았다. 손에 잡힌 게를 뒤집어본다. 배가 둥근 것은 암컷, 세모꼴은 수컷이다. 황선미씨의 해설. “자 이것 보세요. 이 게는 다리가 하나 잘려나갔지요. 공격을 받은 게는 다리를 끊고 도망친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게를 잡은 자리에 풀어줬다.
부지런한 겨울철새들 벌써 도착 신고 ⊙ 새를 찾아보세요 이미 순천만에는 겨울철새가 찾아왔다. 하늘을 덮은 쇠오리는 10월 초에 온 첫 손님이다. 도요새 한 마리도 얇디얇은 긴 부리로 갯벌을 쑤시고 있다. 한쪽에는 백로 한 마리가 있다. 조류도감을 찾아보니, 발이 노란색이어서 쇠백로다. 쇠백로는 몸집이 큰 중백로나 대백로 사이에서 섞여 어미를 따라다니는 새끼처럼 보이는데, 이놈은 왠지 혼자 남았다. 쇠백로는 여름철새다. 이미 필리핀이나 파푸아뉴기니로 떠났어야 하는데, 아직 순천만에서 얼쩡거리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공동기획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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