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란 작품론-박성현"혼신을 다해 뜨거워지는 화엄의 한가운데"
2024년 미네르바 봄호 진란 시인 작품론 혼신을 다해 뜨거워지는 화엄의 한가운데 박성현 온기 없는 골목에서, 혼자 시 쓰기는, 문장의 지문에 해당하는 ‘문채’(文彩)를 빚는 과정이다. 시인의 독특한 개성은 물론이고, 그가 지향하는 이념과 의지, 예술적 가치관 등 시를 향한 모든 행동과 열정이 포함된다. 그만큼 창작에는, 지문 없는 손가락이 불가능한 것처럼, 이 문채를 벗어나서는 손톱만 한 이야기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산책 가운데 우연히 접어든 ‘골목’이,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물의 즉물-형상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시인은 “사람꽃 져버린 자리, / 온기 없는 골목이 슬그머니 미끄러진다”(진란, 「골목」)라는 표현을 이끌어내고, 이로써 그의 문채는 시인의 모든 감각을 중첩하면서 그가..
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