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꽃 / 김정구
저기 아득한 벼랑에 별 하나 떠 있네
온몸을 떨고 있는 한 떨기 젖은 꽃
아무도 못 보게 밤에만 피어 있네
무성한 여름 꿈은 은하수에 벗어두고
외로운 점 하나 가슴속에 찍었네
마지막 불씨 하나 절벽 위에 심었네
한 생애 벼랑에서 그렇게 흔들리지만
불길에도 타지 않고 물길에도 젖지 않는
그 길 가슴 속 칼날 위에 있어
겨울에도 지지 않게 빛으로 피웠네
재가 되어 다시 타는 눈보다 하얀 꽃
아무도 못 꺾게 벼랑 위에 피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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