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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스크랩] 꽃 이름 알고 가면 산행이 훨씬 즐겁다

by 진 란 2005. 10. 11.
Untitled

꽃 이름 알고 가면 산행이 훨씬 즐겁다

가을 산길에서 만나는 꽃들


 
안병기(smreoquf2) 기자

 

꽃을 알려면 사철살이를 제대로 알아야

꽃 이름을 아는 건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꽃이 존재하고 때문이다.

산에서 이름을 모르는 꽃을 발견하게 되면 꽃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해 하다가도 '에이, 내가 식물학자도 아닌데 이까짓 꽃 이름은 알아서 뭘하나' 싶어 그냥 묵살하고 산길을 올라가지만 어쩐지 걸쩍지근한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식물도감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이 꽃이 그 꽃 같고 저 꽃이 이 꽃 같아 긴가민가하게 된다.

어느 땐가 출판사를 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물도감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봄이나 여름 등 달랑 한 철에만 찍은 사진을 올릴 게 아니라 사철 사진을 올려 놓으면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더니만 씩 웃고마는 것이다. 누가 그 따위 돈도 안될 게 뻔한 일에 사서 고생을 하겠느냐는 뜻이리라.

올 봄에 어떤 지방 문화사랑회 사람들과 함께 백제 문화 답사를 떠난 적이 있다. 미륵사지에서 한 나무 앞에 모여 설왕설래하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내게 나무 이름을 물어왔다.

"아, 이거 목련 나무 아닙니까?"
"아니, 이게 목련 나무였단 말이에요?"

꽃이 피어 있을 때는 누구나 저것이 목련꽃이구나, 하고 꽃 이름을 알지만 지고나면 쉬 알아채지 못한다.

▲ 망초

ⓒ2005 안병기

국화과의 한 두 해살이풀인 망초는 길가나 집 근처 텃밭, 빈터 등 어느 곳이나 수북하게 무리지어 자란다. 꽃은 흰색이며, 줄기 끝에 여러 개가 원추형으로 달려 있다.

밭을 망치는 풀이라고 망초라 불린다고 하며,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망하라고 심어놓고 간 풀이라고 해서 망초가 되었다고도 한다. 농약을 쳐도 잘 죽지도 않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라고 한다.

자신들 위주로 생각하는데 이골이 난 인간의 눈에는 이 식물이 농사를 망치는 식물에 지나지 않지만 황동규 시인의 시 '망초꽃'에선 모여 살며 같은 꿈을 꾸고 같이 흔들릴 줄 아는 아름다운 존재로 탈바꿈한다.

▲ 개망초

ⓒ2005 안병기

개망초 꽃은 흰색이며 가지와 줄기 끝에 계란 프라이같이 예쁜 꽃이 핀다. 개망초란 이름 역시 번식력이 좋아서 한 번 밭에 퍼지기 시작하면 농사를 다 망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재무 시인은 '송가'라는 시에서 모두 떠난 자신의 곁에서 개망초 꽃 하나가 "눈물인 듯 울음인 듯" 꽃을 피웠다고 삶의 쓸쓸함을 노래했다. 때로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이 삶의 위로가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 산구절초

ⓒ2005 안병기

내가 구절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시를 읽으면서부터였다. 가을에 지금은 세상 떠난 박용래 시인의 시 '구절초'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더욱 스산해지기도 한다.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산구절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7∼10월에 붉은빛을 띤 흰색으로 핀다. 구절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좁게 갈라지는 것이 다르다.

▲ 쑥부쟁이

ⓒ2005 안병기

쑥부쟁이 역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잎은 어긋나게 나 있고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으며 위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꽃은 자줏빛으로 핀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들국화'는 꽃 명칭이 아니다. 구절초, 개미취와 더불어 쑥부쟁이를 통틀어 들국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 흰씀바귀꽃

ⓒ2005 안병기

씀바귀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과 들, 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흰씀바귀는 씀바귀의 변종 또는 아종이며 잎이 씀바귀보다 조금 더 넓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씀바귀는 예부터 나물로, 혹은 민간약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쌈 재료로 즐겨 먹기도 한다. 나의 경우엔 봄철에 뜯어서 옅은 소금물에 3~4일 담가두었다가 김치를 담가먹기도 한다. 고들빼기 김치보다 더 쫄깃한 게 맛이 일품이다.

▲ 독활

ⓒ2005 안병기

이름이 바람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유래한 독활은 두릅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흔히 땅두릅이라고 부른다. 작은 잎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이른 봄에 나는 어린 순은 식용하며, 가을에 잎이 죽은 다음 어린 순이 길게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덮어준다. 두릅처럼 초장에 찍어 먹는데 두릅보다는 약간 쌉쌀한 맛이 있다.

▲ 마타리

ⓒ2005 안병기

꼭두서니목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노란색이며 산방꽃차례로 핀다. 뿌리에서 장 썩은 냄새가 난다 하여 패장이라는 속명을 가지고 있다. 연한 순을 나물로 이용하기도 한다.

▲ 산부추

ⓒ2005 안병기

산부추는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8∼11월에 붉은 자줏빛으로 피고 꽃자루는 속이 비어 있으며 끝에 여러 송이가 우산같이 달린다.

봄에 싹이 돋는 비늘줄기를 캐서 나물로 먹는다 하나 몇 해 전 맛이 어떨까 해서 일부러 무쳐 보았으나 너무 억세서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 어수리

ⓒ2005 안병기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곧게 뻗은 줄기 꼭대기에 꽃이 길다랗게 피는데 큰 것은 지름이 30센치미터가 넘기도 한다. 원줄기의 속이 비어 있고 굵은 가지가 갈라진다. 어수리의 어린 순은 두릅과 거의 비슷한 향기가 나는 맛있는 나물이다.

▲ 참취

ⓒ2005 안병기

우리가 어린 순을 취나물로 무쳐 먹는 참취의 꽃이다. 꽃은 흰색으로 피고 가운데는 황색이다. 줄기에 나는 잎은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작아지고 꽃 밑의 잎은 타원형이나 긴 계란형이다.

나는 나물로 무쳐 먹기보다는 삼겹살 구워먹을 적에 상추와 함께 곁들이는데 무척 고소한 맛이 난다.

아름다움은 독점하려 들지 말고 함께 나눠야

산이나 들에서 예쁜 들꽃들을 만나면 꺾으려 들거나 캐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그냥 놔두면 여럿이 볼 수 있는 것을 자기 혼자 독점하려는 것도 그렇지만, 산야초들은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하고 얼마 못가서 죽어버리기 때문에 캐 가봤자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루지 못한 꿈은 무엇인가
불붙는 가을 산
저무는 나무등걸에 기대서면
내 사랑아, 때로는 사슬이 되던 젊은 날의 사랑도
눈물에 수척이는 몇 장 채색의 낙엽들
더불어 살아갈 것 이제 하나 둘씩 사라진 뒤에
여름날의 배반은 새삼 가슴 아플까
저토록 많은 그리움으로 쫓기듯
비워지는 노을, 구름도 가고
이 한때의 광휘마저 서둘러 바람이 지우면
어디로 가고 있나
제 길에서 멀어진 철새 한 마리
울음 소리 허전하게 산자락에 잠긴다

김명인 시 '가을산' 전부


시인은 세월의 가을산에서 허망을 느끼지만, 저의 경우는 산에 오르다보면 세상에 산보다 큰 위안이 드물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세상에서 받았던 아무리 큰 상처도 산에 가면 감싸지는 걸 느낀다.

게다가 우리나라 꽃이 주는 아름다움이 덤으로 얹혀진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05-10-08 14:25

ⓒ 2005 OhmyNews

출처 : 비공개
글쓴이 : 익명회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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