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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들어도 들어도 눈물나게 하는 뚜버기님의 시낭송

by 진 란 2015. 9. 1.

낭독 / 뚜버기 박종천 님

 

 

 

산토끼똥의 철학적 고찰

-산토끼가 똥을 누고 산 뒤로 뛰어간 후 산토끼똥은 철학자가 되다*

 

진란

 

 

오래오래 울리는 이런 생각,

존재란 그런 것이다 가령

너와 내가 한 몸이라고 생각한 동안만

우리라는 울타리에 갇히는 것

관계란 그런 것이다 가령

너와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동안만

우리라는 벽에 서로를 가두는 것

교감이란 그런 것이다 가령

너와 내가 사랑하고 있었다고 믿는 동안

일어나는 무성의 울림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다 떠나고 오랜 후에는

맨숭맨숭, 지나가는 저 그림자만큼도 아닌

 

텅 빈 들판

 

멀리에서 바라볼 때의 들판은 비어있는 것 같아

들판 가운데 서서 하늘을 보거나 발밑을 보면, 거기

가득가득 너희들이 너무 많아,

그 속에 서로 부대끼면서 말이지

그런데도 똥일까, 토끼일까,

그 생각이 자꾸 숨이 차

쉬어가는 쉼표처럼

 

 

*송찬호시인의 시 "산토끼 똥"

-시집<혼자노는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