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 뚜버기 박종천 님
산토끼똥의 철학적 고찰
-산토끼가 똥을 누고 산 뒤로 뛰어간 후 산토끼똥은 철학자가 되다*
진란
오래오래 울리는 이런 생각,
존재란 그런 것이다 가령
너와 내가 한 몸이라고 생각한 동안만
우리라는 울타리에 갇히는 것
관계란 그런 것이다 가령
너와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동안만
우리라는 벽에 서로를 가두는 것
교감이란 그런 것이다 가령
너와 내가 사랑하고 있었다고 믿는 동안
일어나는 무성의 울림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다 떠나고 오랜 후에는
맨숭맨숭, 지나가는 저 그림자만큼도 아닌
텅 빈 들판
멀리에서 바라볼 때의 들판은 비어있는 것 같아
들판 가운데 서서 하늘을 보거나 발밑을 보면, 거기
가득가득 너희들이 너무 많아,
그 속에 서로 부대끼면서 말이지
그런데도 똥일까, 토끼일까,
그 생각이 자꾸 숨이 차
쉬어가는 쉼표처럼
*송찬호시인의 시 "산토끼 똥"
-시집<혼자노는숲>
'♬있는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음 뮤직 어쩔거냥? (0) | 2017.05.31 |
---|---|
[1014]시가 있는 감성테러 -진란 편 (0) | 2015.10.17 |
[스크랩] 기억을 걷는 시간/진란詩 (0) | 2015.09.01 |
[스크랩] 겨울예감/ 진란 (0) | 2015.09.01 |
[스크랩] Terez Montcalm "Sweet dreams" (0) | 2013.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