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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혼자 노는 숲 표사

by 진 란 2011. 10. 3.

KISS, 그렇다 시는 당신에게 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말[言]에 날개를 달고 풍선을 달고 새가 되고 나비가 되고 꽃이 되고 꽃구름 같은 그런 여자가 ‘나는 바람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하는 것이다 시는 우리가 아직 닿지 못한 곳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K, 당신에게로  I, 가고 있어요  S, 시는 가고 싶은 데로  S,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가슴에 전각(KISS,) 되는 것이다 
-시인 이생진

 

 

 “햇살 한 줌 부둥켜안고 하얗게 부풀어 오르고 있을/ 그 여자, 꽃구름 같은” 화려한 환상의 꿈을 꾸는 그 여자. “폭설의 냉골에서도/ 남보다 먼저 치맛자락을 펼쳤기에/ 철없는 햇살에 자궁을 열고/ 검푸른 마음 한켠에 열매를 가지는” 그 여자. “언어의 새들이/ 붉은 심장 속에 둥지를 트는” 뜨거운 심장의 그 여자. 그 여자, 통 큰 페미니즘의 시인! 진란 시인!

 보다시피 그녀는 언어감각이 화려하고 화려한 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활달한 시인이다.

 내가 아는 진란은 구남매의 맏며느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가며, 슬하의 두 아들 소홀함 없이 잘 키워 군대까지 마치게 하고 처녀 때부터 시와 시인을 뜨겁게 사랑한 나머지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써온 시편들 중에서 그 정수를 모아 ‘희끗한 모발’의 나이에 첫 시집을 상자하는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젊은가. 얼마나 가슴 설레랴!

 그녀라고 어찌 한과 눈물 좌절과 아픔과 고독이 없었으리. “어찌 살아왔는지, 이마 모서리 내려앉은 희끗한 모발로/ 허전한 가슴에 옷고름을 매어보는 저녁” 나는 바다 같은 그녀의 한량없는 눈물을 본 적이 있다. 소매물도의 밤,
 -시인 정대구

 


꼬기오, 라고 닭이 우는 소리를 ‘꽃-피-요 꽃-피-요’라고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시인이 얼마나 될까? 진란 시인이 그런 귀를 가졌다. ‘꽃을 꽃답게 쓰면 이미 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시인은 닭의 울음소리를 통해 꽃을 본다. 그때 시인의 꽃은 닭의 볏처럼 꼭두서니 빛이다. 그래서 시인의 꽃은 ‘붉은 혀 쏘옥 내밀’기도 하고 눈 속에서 ‘하나씩 비집고 나오는 매화 꽃잎’이 된다. 한 10년 반갑게 인사하며 지냈는데 이제 첫 시집을 내는 시인의 진중한 걸음이 반갑다. 지금 진란 시인은 ‘혼자 노는 숲’에서 잘 익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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