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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느티나무와 하늘

by 진 란 2011. 10. 2.

느티나무와 하늘

-문덕수시인

 

진란

 

 

 

 

버리지 못할 이름처럼 품고 돌아왔네

살면서 떼어내지 못하던 이름 석자처럼

은빛 도는 눈썹과 윤기 나는 은발

뿌연 거울 속의 그리울 눈동자처럼 박혀

보따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낡은 풍경들-

사람들, 이야기들, 세상 빛을 보지 않았던 우화들이

세월과 악수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저리 파란 하늘을 눈동자에 적신 아리안족같이

저렇게 맑은 사람을 만나는 날

엉겨 진 이야기를

실타래 풀듯 풀어놓고 싶은 사람을 보았네

 

욕심을 비우고 살아남은 마지막 종족같이

겨울 하늘 속에 몇 백년 살아온 느티나무같이

은빛 눈썹이 살아있는 전설을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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