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하늘
-문덕수시인
진란
버리지 못할 이름처럼 품고 돌아왔네
살면서 떼어내지 못하던 이름 석자처럼
은빛 도는 눈썹과 윤기 나는 은발
뿌연 거울 속의 그리울 눈동자처럼 박혀
보따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낡은 풍경들-
사람들, 이야기들, 세상 빛을 보지 않았던 우화들이
세월과 악수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저리 파란 하늘을 눈동자에 적신 아리안족같이
저렇게 맑은 사람을 만나는 날
엉겨 진 이야기를
실타래 풀듯 풀어놓고 싶은 사람을 보았네
욕심을 비우고 살아남은 마지막 종족같이
겨울 하늘 속에 몇 백년 살아온 느티나무같이
은빛 눈썹이 살아있는 전설을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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