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자 노는 숲

화두

by 진 란 2011. 10. 2.

화두

 

진란

 

 

 

스무 살 넘어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사는 일이 하도 모호해서 좀더

확실한 것을 갖겠다고 여기저기 경계를 긋곤 했지

다가올 시간들이 나를 보장해주는 게 없어

불확실한 것들이 불안해서 확실한 선을 자주 그었지

떠난 길 위에서 실패를 반복하다 알게 된 것은

그때 선 자리보다 더 확실한 건 없었다는 것

 

마흔 살이 넘고 보니 사는 길이 너무 확실해져서

있고 없음과 높고 낮음의 선들이 너무 분명해

그 경계를 지워보려 했지만

꿈의 한계는 너무 정확해 벗어나기 힘들었지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도 해보지만

어깨에 지워진 짐을 벗을 순 없는 것 같아

 

이순의 고개에서는

무지개 잡으러 떠났다 돌아온 백발의 소년이 되어

어머니의 골짜기 단정히 매무새하여

어린것들 초롱한 눈망울 번갈아 가며

무엇으로 사는가고

희미한 강 건너, 건너 갈 곳 조용히 바라나 볼 것인가

 

 

'혼자 노는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을 건너는 이유   (0) 2011.10.02
느티나무와 하늘  (0) 2011.10.02
통고通告  (0) 2011.10.02
외포리*  (0) 2011.10.02
동백, 동백  (0) 201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