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진란
스무 살 넘어서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사는 일이 하도 모호해서 좀더
확실한 것을 갖겠다고 여기저기 경계를 긋곤 했지
다가올 시간들이 나를 보장해주는 게 없어
불확실한 것들이 불안해서 확실한 선을 자주 그었지
떠난 길 위에서 실패를 반복하다 알게 된 것은
그때 선 자리보다 더 확실한 건 없었다는 것
마흔 살이 넘고 보니 사는 길이 너무 확실해져서
있고 없음과 높고 낮음의 선들이 너무 분명해
그 경계를 지워보려 했지만
꿈의 한계는 너무 정확해 벗어나기 힘들었지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도 해보지만
어깨에 지워진 짐을 벗을 순 없는 것 같아
이순의 고개에서는
무지개 잡으러 떠났다 돌아온 백발의 소년이 되어
어머니의 골짜기 단정히 매무새하여
어린것들 초롱한 눈망울 번갈아 가며
무엇으로 사는가고
희미한 강 건너, 건너 갈 곳 조용히 바라나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