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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숲

자서自序 - 눈물나는 잠꼬대-기형도, 그를 읽는다

by 진 란 2011. 10. 2.

자서自序

 

눈물나는 잠꼬대
-기형도, 그를 읽는다

 

 
육체는 떠나도 영원한 젊은이로 살아있는, 시어들,  독백은 생명의 무수한 촉수로 슬픈 한 생을 더듬어 보는 허우적거림이다. 아니, 그의 손자국, 발자국, 한숨소리다.
쓸쓸히 홀로였던 낯선 바닷가에서 만나는 기형의 소나무다. 그 길 위에 길이 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그 아버지들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대물림되는 무형의 재산들이 그를 숨막히게 했을까 어쩌면  천재의 기형성을 존립시키고자 했던 흔적들, 어디선가... 빈집을 막 떠나 온 그의 체온과 숨소리, 영혼의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체념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검은 페이지를 펼쳐보지 않으리라고 낙심하는 고뇌의 마지막 몸부림, 날이 시퍼렇게 서서 빈집을 쩡쩡 울리고 있었다.
 

남루마저도 상실해야 했던 젊음을 안식하고자 새벽닭이 울기 전 시인은 빈집을 찾아갔던 것일까? 지상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스러지는 진눈깨비의 모습을 본다
 


기형도를 읽고난 새벽 3시 30분,

그의 입 속에서 나는 석탄이었고 이윽고 재가 되었다


감청물이 뚝뚝 돋는 하늘에 청명한 달이 똥그랗게 눈을 치뜨고 있었다

 

 

북악산 자락에서

진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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