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와서 노원골을「천상병 산길」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이곳 수락산기슭에서 기인(奇人) 千祥炳시인이 살았었는데, 노원구에서 이를 일깨우며 붙인 이름이다. 더구나 올해에는 이 골짜기 상계동996-27 일대 480㎡의 넓이에 『천상병공원』을 완성하여 4월24일부터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이 공원에는 千祥炳시인의 모습의 청동상과 정자「귀천정(歸天亭)」그리고「詩碑」등을 마련해 두고, 그의 시에 자주 나오는 진달래, 앵두나무, 홍도화, 매화, 장미 등을 심어 놓았다. 그리고 그가 살았던 상계동 1117-12에는 시인을 기리는 표지석(標識石)을 세워두었다. 노원구가 千祥炳시인을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하게 된 것은 그가 수락산기슭에 살면서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를 비롯하여,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千祥炳(1930~1993)은 경남창원출신으로 중학 5년 재학 중 담임이던 金春洙시인의 주선으로 시《강물》이 『문예』지에 추천되어 문학을 하였으나, 진로를 바꿔 서울대상과에 진학하였다. 그가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고 출소이후에 만신창이로 살다간 생활일화는 유명한 이야기꺼리이다. 그리고 경제문제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날이 겪는 고통 속에 다방을 운영하며 그를 돌본 부인 문순옥 여사의 헌신은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하는 눈물겨운 삶의 화제이다.
앞으로 이 공원에서 천상병 시 낭송회, 시화전, 백일장,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수시로 열어 고인의 시 세계를 기리고 지역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북돋울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에는 쉼터정자를 포함하여 천상병의 모든 문화마당이 다 있는 셈이다. 우리 대부분이 千祥炳이라면《歸天》이라는 시를 생각하게 되고, 그밖에도 새, 꿈, 인형, 小陵調, 광화문 근처의 행복, 찬물 등 많은 작품이 있다.
그날은 이『천상병공원』을 조성중이라 길을 막아두어 산위로 우회해서 걸어 내려와야만 했다. 공원 끝 부문에서 다리도 아프고 옷에 흙먼지도 많이 묻어 선발대원들은 앉아서 쉬면서 뒤에 오는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락산등산이라면 보통 수락산유원지에 덕성여대생활관이 있는 수락골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하산할 때라도 거치는데, 오늘은 이 수락골을 계속 굽어보거나 내려다보면서 피해가는 빙빙 도는 등산코스였다.
이날 너무 즐거웠다. 특히 처음으로 참가한 필자에게도 따뜻한 우정으로 감싸주는 회원들의 사랑에 감사한다. 오늘의 등산이 끝났으니, 맺음 술을 한잔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여흥이라는 이름의 노래방코스가 있는 것이 통상인데, 난 노래 부르는 과정이 너무 괴롭다. 선천적인 음치에다가 본래 엔터테인먼트계열이 거의 백치에 가깝다. 그러나 잘 끝난 일과였다. 그렇게 괴로운 과정도 있었지만……
끝부분에 千祥炳의《歸天》을 붙였다.
《歸天》 千祥炳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夜來香.wma (中音) - 鄧麗君 演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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