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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風景

바람재 1월 안부

by 진 란 2009.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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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정가네님

양평 산수유마을--어화둥둥님

얼레지--주이님

나도수정난풀--플레이아데스님

눈꽃--여행나라님

버들강아지--愛美님

백화등 열매--산야님

군자란--해피엔젤님

온시디움--린네아님

관곡지 연꽃--정선생님

까마귀밥나무--꽃내님

동백꽃--까치밥님

땅채송화--기특해라님

호랑가시나무--파란하늘꿈님

독말풀--제자님

산수유 열매--수민님

정향나무--산으로님

벼--도라지님

미나리아재비--남산제비꽃님

산수유열매---수련-님

바람재 소나무--초롱님

누리장나무--모니카님

늦고사리삼--둥굴레님

장미--해란초님

은행나무 유주--양각꽃비님

실잔대--소사나무님

자주초롱꽃--비단옷님

주름잎--天知님

백량금--붉은인동님

매화말발도리--작은나무님

바나나꽃--젬마님

나비나물--kplant1님

아마릴리스--사랑초님

대관령 소나무--나청님

유명한 미술가 '루오'가 남긴 판화 중에서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는 
제목의 판화가 있습니다.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 독이 아니라 향을 날린다는 글귀로 제 가슴에 깊
이 뿌리 내린 향나무는 우리 학교의 교목입니다.
우리 학교 본관 앞에는 적당한 간격으로 일곱 그루의 향나무가 서있습니다.
기능직 아저씨는 연중행사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향나무를 솜사탕처럼 둥굴게 다듬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둥글게 다듬은 잎들 위로 어린왕자의 머리카락 같은 잎들이 바람에 나부끼듯 솟아
오르는 것 외에는 변화가 없어 향나무 존재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향나무는 해마다 색깔을 달리합니다.
어린 가지는 초록색이고, 3년생 가지는 적갈색이며, 그 이상 오래되면 잿빛이 도는 흑갈색이 됩
니다. 15년쯤 지나면 향나무는 자신의 색깔을 완성했다는 표시로 줄기의 껍질을 세로로 조각조각
벗습니다. 어린 향나무 잎은 바늘처럼 뾰족하지만 7,8년이 지나면 부드러운 비늘잎이 달립니다. 
향나무는 암수딴그루입니다. 4월이 되면 수꽃은 가지 끝에, 암꽃은 가지 끝이나 겨드랑이에 작고
수줍게 달립니다. 꽃은 모두 연노랑입니다. 
나무 전체에서 향기가 나니 꽃마저 화려하면 너무 불공평하겠지요.
향나무도 종류가 많습니다.  
향나무 외에도 줄기가 누운 형태로 자라는 눈향나무,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곱향나무, 가지가
등나무처럼 수평으로 퍼지는 뚝향나무, 남쪽 해안지대에서 자라는 섬향나무, 연필의 주재료인 
연필향나무, 가지가 나선모양으로 돌아가는 가이스카향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학교 향나무의 정식 이름은 '가이스카향나무(패총향나무)'입니다. 생장은 다소 빠른 편이며
해풍에 강하고 여러가지 공해에도 강한 수종이기에 어디에 가든 관상수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
무입니다. 그래서 향나무하면 가이스카향나무와 같은 모습일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울진 죽변리 향나무, 청송 안덕면 향나무, 경주 양동마을 서백당의 향나무, 안동시 와룡면의 뚝
향나무, 청도군 명대리 뚝향나무, 순천 송광사 곱향나무는 가이스카향나무와는 차원이 다른 늠름
한 기상과 고아한 품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는 이 땅의 향나무 중 백미일 겁니다.
천자암은 송광사에서도 순천 쪽으로 8km쯤 떨어져 있습니다.
소박하고 조용한 절집에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두 그루의 곱향나무입니다. 
수령 800년, 높이 12.5m, 가슴 둘레가 각각 3.98m, 3.24m입니다. 두 그루는 약 70c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두 마리 용이 힘차게 승천하듯 비틀려 올라가는 모습이 신비롭습니다.
곱향나무는 백두산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로 남한에서는 천자암 곱향나무가 유일합니다. 다른 향나
무에 비해 잎이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과 제자 담당국사가 중국에 다녀온 후 짚고 다
닌 지팡이를 나란히 꽂아놓은 것이 지금의 쌍향수가 되었다 합니다.
두 그루 곱향나무는 스승과 제자가 공손하게 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벗처럼 정답게 담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우(師友)이지요. 
혹은 금슬 좋은 부부 같기도 합니다. 스승도 배우자도 넓은 의미에서 벗과 같으니 말입니다.
"벗을 잃는다면 행여 내게 눈이 있다 하나 내가 보는 것을 뉘와 함께 볼 것이며, 
 행여 내게 귀가 있다 하나 내가 듣는 것을 뉘와 함께 들을 것이며, 
 행여 내게 입이 있다 하나 내가 맛보는 것을 뉘와 함께 맛볼 것이며, 
 행여 내게 코가 있다 하나 내가 맡는 향기를 뉘와 함께 맡을 것이며,
 행여 내게 마음이 있다 하나 장차 나의 지혜와 깨달음을 뉘와 함께 하겠나?"
                                                          연암집 / 박지원
춘추전국시대 백아와 종자기 같은 지기(知己)를 만나서 늘 가까이 바라본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지극
한 즐거움은 없겠지요. 두 그루 곱향나무가 오래오래 살아서 이승에 푸른 향기를 날리다가 저승길도
함께 가기를 빌어 봅니다. 
향나무 향기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할 뿐 아니라 하늘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
겼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급 향을 얻기 위해서 특별한 의식인 '매향'을 했습니다. '매향'은 민간
에서 얻기 어려운 '침향'을 얻기 위해서 향나무를 땅 속에 묻는 의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
는 향나무를 개펄 속에 묻고는 매향비를 세웁니다. 수백 년 뒤 향나무가 고급 향나무로 바뀌어서 바다
에서 용이 솟아오르듯 자연스레 떠오르면 바로 미륵세상을 꿈꾸는 민중의 꿈이 실현된다고 믿었습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등 우리나라 고건축물과 벽화가 수 백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는 향나무와 관계가 있습니다. 건물을 지은 후 침향을 피우는데 침향을 피울 때 나오는
향입자가 변질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손에 손 잡고 희망의 솟대를 세우며,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갑시다.
2009년 일월 초하루 바람재 운영진 드림
바람재 들꽃
http://cafe.daum.net/baramjewild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