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있는風景

[이규리]추위 속을 들여다보다

by 진 란 2008. 11. 15.


추위속을 들여다 보다
-이규리
천인국을 친친 감고 올랐던 댕댕이 덩굴
어떤 가문이 이웃해 와서
서로 껴안은 채 바싹 말라 있다
밀어내고 감겨들던 것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게 한 몸이 되어 있다
시누이와 올케가 서로 샐쭉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같은 편이 되어주듯
미워하면서 한몸이 되는 일
대궁 속을 다 비워내고서야 허락하고 있다
굳이 서로의 이름을 알려 하지 않는 최후는
고요하다
발끝으로 툭 차니 동시에 힘을 푼다
한 인연이 살다가 저렇게 가도 좋겠다
*이규리시집 <뒷모습>